짧게 말하면
- 1979년 10월 캐니언에서 나온 기타로의 셋째 솔로 음반이다. 열 곡, 약 49분.
- 가마쿠라에 있는 자기 작업실에서 녹음했다. 작곡과 편곡, 연주, 녹음까지 모두 기타로 혼자 했다.
- 표지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앨범 표지를 그리던 나가오카 슈세이가 그렸고, 띠지 문구는 음악가보다 이 화가를 앞세웠다.
- 여섯 달 뒤 NHK 『실크로드』 방송이 시작됐다. 이 판에는 그 직전의 기타로가 담겨 있다.
1979년 10월, 캐니언이 낸 LP 한 장에 띠지가 둘러져 있었다. 문구는 이렇게 시작한다. "미국 전역의 음악 팬을 사로잡는 나가오카 슈세이의 그림을 얻어, 한없이 부드럽게, 끝없이 펼쳐지는 기타로의 세계." 먼저 등장하는 이름은 화가다. 띠지 아래쪽 곡 목록 밑에는 작은 글씨로 한 줄이 더 있다. 작곡·편곡·연주·녹음, 기타로.
그만큼 두 이름의 무게가 달랐다. 나가오카는 197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에 작업실을 차렸고,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All 'n All 과 ELO 의 Out of the Blue 표지를 그린 화가였다. 기타로는 극동가족밴드를 나와 솔로 음반 두 장을 낸 스물여섯 살 음악가였다. 표지에는 두 손이 모래언덕 모양으로 모여 있고, 손가락 사이로 물이 흘러내린다. 음악을 만든 사람의 이름은 문구가 끝날 무렵에야 나온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기타로가 여기까지 온 길은 「기타로, 어디서 시작할까」에 적었다. 간추리면 이렇다. 기타로는 밴드 시절 유럽에서 클라우스 슐체를 만났다. 기타로의 공식 약력은 그때를 1970년대 초로 적는다. 날짜로 확인되는 것은 1975년이다. 그해 8월 슐체가 밴드의 음반 Nipponjin 을 믹스했고, 11월에서 12월까지 영국 매너 스튜디오에서 Parallel World 를 제작했다. 기타로는 그에게서 신시사이저 다루는 요령을 얻었다. 일본에 돌아온 기타로는 1978년에 첫 솔로 음반 Ten Kai(天界)를, 1979년에 Daichi(大地)를 냈다. 같은 해 가을에 세 번째로 내놓은 음반이 이것이다.
가이드에서는 이 판을 두 번째로 꼽았다. 유명해지기 전의 음반이고, 기타로의 음반 가운데 베를린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다. 뒷면 크레딧을 읽어 보면 이름이 거의 하나뿐이다. 코르그, 롤랜드, 야마하 신시사이저도, 어쿠스틱 기타와 타악기도 모두 기타로가 연주했다. 신시사이저 음색을 만들고 녹음을 맡은 것도 본인이다. 녹음 장소는 "가마쿠라의 기타로 작업실" 로 적혀 있다. 다른 사람의 손이 닿은 곳은 믹스뿐인데, 도쿄의 스튜디오 두 곳에서 아키야마 다케오와 함께 했다.
- 발매
- 1979년 10월, 캐니언 C25R0030
- 녹음
- 가마쿠라, 기타로의 작업실
- 믹스
- 도쿄 히토쿠치자카 스튜디오, 디스코메이트 스튜디오. 기타로와 아키야마 다케오
- 악기
- 코르그·롤랜드·야마하 신시사이저, 어쿠스틱 기타, 타악기. 전부 기타로
- 표지 그림
- 나가오카 슈세이
- 유럽반
- 1982년 독일 쿠쿡, 표지를 바꿔 냈다
- 곡 수
- 열 곡, 약 49분
트랙리스트
| 1 | Rising Sun | 6:31 |
| 2 | Moro-Rism | 2:42 |
| 3 | New Wave | 2:51 |
| 4 | Cosmic Energy | 8:09 |
| 5 | Aqua | 5:00 |
| 6 | Moon-Light | 3:46 |
| 7 | Shimmering Horizon | 2:55 |
| 8 | Fragrance of the Nature | 6:48 |
| 9 | Innocent People | 3:48 |
| 10 | Oasis | 6:30 |
1979년 원반 LP 에는 곡 길이가 적혀 있지 않다. 위 목록은 1983년 캐니언 CD 를 따랐다. 1982년 쿠쿡 LP 뒷면에 찍힌 길이는 이와 크게 달라서, "Cosmic Energy" 가 7:25 로 적혀 있다. 곡을 찾을 때 그 숫자는 믿지 않는 편이 낫다.
세 곡 따라 듣기
"Rising Sun"(6:31). 첫 곡이다. 영어 제목은 해돋이지만 일본어 제목은 「朝の祈り」, 곧 아침 기도다. 쿠쿡 유럽반에 붙은 영어 제목 Morning Prayer 가 원래 뜻에 더 가깝다. 그러니 해가 뜨는 장면을 기다리지 말고, 기도하는 속도에 맞춰 들어라. 이 6분 30초가 판 전체의 걸음을 정하고, 뒤따르는 3분이 안 되는 두 곡은 그 걸음을 타고 짧게 지나간다.
"Cosmic Energy"(8:09). 이 판에서 가장 긴 곡이고, 가이드가 이 판에서 고른 곡이다. 일본어 제목은 「宇宙エネルギー」다. 여기서는 길이 자체를 들어라. 앞의 두 곡이 3분 안에 끝나고 나면 이 곡 혼자 8분을 쓴다. 하나를 오래 끌고 가면서 그 안에서 조금씩 바꾸는 것. 슐체에게서 배워 온 이 방법이 판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은 곳이 여기다. 시계는 보지 말고, 곡이 처음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순간을 스스로 짚어 보라.
"Oasis"(6:30). 표제곡이 판을 마무리한다. 이 곡에서는 앞의 아홉 곡이 남긴 것을 들어라. 판 전체가 세 회사의 신시사이저와 어쿠스틱 기타, 타악기로 만들어졌고, 그것을 모두 한 사람이 연주했다. 마지막 6분 30초 동안 무엇이 남고 무엇이 빠지는지 들어 보면, 한 사람이 작업실에서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얼마만 한지 보인다.
나머지 곡
짧은 곡들은 제목을 먼저 읽어 두면 좋다. "New Wave" 의 일본어 제목은 「新たなる旅路」, 새로운 길이다. "Aqua" 는 「無限水」, 끝없는 물이고, "Shimmering Horizon" 은 「地平線」, 지평선이다. 쿠쿡반은 이 가운데 두 곡의 부제를 바꿨다. 끝없는 물은 「命の泉」(생명의 샘)으로, 지평선은 「光と影」(빛과 그림자)로 바뀌었다. B면의 "Fragrance of the Nature"(6:48)는 「自然の香り」, 자연의 향기로, 이 판에서 두 번째로 긴 곡이다. 그 뒤에 오는 "Innocent People"(3:48)은 「無邪気」, 천진함이다. 긴 곡과 짧은 곡이 번갈아 놓여 있어서, 짧은 곡을 건너뛰면 긴 곡이 숨 돌릴 틈이 없어진다.
이렇게 들어라
- 아침에 틀어라. 첫 곡 제목부터 아침 기도다. 가이드에 적었듯 슐체가 밤이라면 기타로는 낮이다.
- 헤드폰으로. 작은 스피커로 들으면 밑에 깔린 소리부터 사라진다.
- 한 면씩, 끊지 말고. A면 다섯 곡이 약 25분, B면 다섯 곡이 약 24분이다. 한 면을 끝까지 듣고 판을 뒤집는다.
- 표지를 곁에 두고. 띠지가 먼저 내세운 것이 이 그림이다. 두 손을 보며 들으면 1979년에 이 판을 산 사람의 자리에 서게 된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여섯 달 뒤인 1980년 4월 7일, NHK 『실크로드』 방송이 시작됐다. 음악은 기타로가 맡았고, 1980년 5월에 나온 사운드트랙 1권의 표지도 나가오카가 그렸다. 두 사람은 1981년의 Tonko(敦煌)와 Ki(氣)에서도 손을 잡았다.
그리고 1981년 11월 16일, NHK 가 두 사람을 한 프로그램에 함께 세웠다. NHK 특집 『喜多郎&秀星 砂漠幻視行』, 기타로와 슈세이의 사막 환시 여행이라는 뜻이다. 두 해 전 띠지에서는 화가의 이름이 음악가보다 먼저 나왔다. 이 방송 제목에서는 기타로의 이름이 앞에 선다.
유럽에서는 이 판이 다른 얼굴로 나왔다. 1982년 독일 쿠쿡이 낸 LP 표지에는 두 손이 없다. 옅은 하늘 아래 모래빛 띠 하나만 있고, 디자인은 만프레트 만케가 했다. 쿠쿡은 도이터와 테리 라일리의 음반을 내던 뮌헨 레이블이고, 유럽 사람들은 이 쿠쿡반으로 기타로를 알게 됐다. 1985년에는 미국 그라마비전 판이, 1996년에는 도모의 리마스터 CD 가 나왔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Cosmic Energy" 를 보낸다. 8분짜리라고 미리 말해 둔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1979년 이 음반의 띠지는 음악가보다 표지 화가의 이름을 앞세웠고, 그 화가는 어스 윈드 앤 파이어의 앨범 표지를 그리던 사람이었다. 두 해 뒤 NHK 방송 제목에서는 그 순서가 뒤바뀌었다.
모래언덕처럼 모은 두 손 사이로 물이 흘러내린다. 그 물을 받아 낸 것은 가마쿠라의 방 하나였다.
어디서 구하나
나가오카의 두 손이 붙은 판을 원하면 일본 캐니언 판을 찾는다. 1982년 쿠쿡 LP 는 표지가 다르고, 뒷면의 곡 길이도 믿을 것이 못 된다. CD 로는 1983년 캐니언 판이 있고, 서구에서는 1996년 도모 리마스터가 나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