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의 복층 계단 홀. 중앙 벽에 Tenku 표지를 옮겨 그린 2미터 높이의 먹 초상이 걸려 있다Photo © klausdream
Listening guide · No. 10

기타로, 어디서 시작할까

베를린의 시퀀스에 선율을 얹어 아시아에 팔아낸 사람. 다섯 장을 순서대로 듣는다. 이번만큼은 가장 유명한 앨범부터 시작해도 되는 이유도 함께.

짧게 말하면

이 사이트가 다루는 음악가 가운데 일반 대중에게까지 이름이 닿은 사람은 기타로 하나다. 1980년대 일본에서 기타로는 마니아의 음악이 아니었다. 텔레비전과 다큐멘터리에서,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화면에서 흘러나오던 소리였고, 한가한 일요일 오후면 들려오던 소리였다. 베를린 쪽 순수주의자들은 바로 그 인기 때문에 기타로를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인기 때문에 기타로가 중요하다. 기타로는 밴드 시절 유럽에서 클라우스 슐체를 만났다. 1975년 슐체는 기타로가 몸담은 밴드의 앨범 한 장을 믹스하고 다음 한 장을 프로듀스했으며, 기타로에게 신시사이저 다루는 요령을 일러 주었다. 기타로는 그것을 일본으로 가져가, 1억 명이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으로 바꿔 놓았다. 이제 다섯 장을 순서대로 듣는다.

플루트를 든 기타로
기타로의 본명은 다카하시 마사노리다. 1953년 도요하시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 초 건반으로 악기를 바꿔 극동가족밴드에 들어갔고, 이 밴드와 앨범 넉 장을 냈다. Photo: Kitaro with flute by Domo Records,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Resized from the original.

먼저 알아 둘 것이 있다. 기타로는 베를린 사람들이 말하는 시퀀서 음악가가 아니다. 시퀀스가 밑에 깔려 있기는 해도 곡의 주인공은 그 위에 얹힌 선율이다. 신시사이저 리드나 플루트가 그 선율을 연주하고, 선율은 오음계로 되어 있다. 그래서 미니무그로 연주해도 일본 음악처럼 들린다. 또 기타로는 옛날식 앨범 음악가다. 앨범 한 장이 모음곡이고, 면이 나뉘어 있고, 그중 뛰어난 것들은 영상에 맞춰 만들었다. 듣고 있으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이유가 거기 있다.

다섯 장, 순서대로

1Silk Road cover

Silk Road

1980 · Canyon · NHK 연작 다큐멘터리 음악

이번만큼은 가장 유명한 앨범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 NHK 의 열두 편짜리 다큐멘터리 「실크로드」가 1980년 4월 7일부터 이듬해 3월 2일까지 방송됐고, 이 앨범이 그 음악이었다. 이 방송의 인기가 기타로의 이력을 열어 주었다. 게다가 기타로의 앨범 가운데 짜임새가 가장 좋다. 짧은 곡들, 곡마다 선율 하나, 그 아래 느린 맥박. Moondawn 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맥박을 알아볼 것이다. 첫 곡 "Silk Road Theme" 은 4분 12초짜리다. 그 4분 안에 방법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다.

Play first"Silk Road Theme". 그다음 "Flying Celestial Nymphs". 선율 둘에 맥박 하나, 이 두 곡이면 기타로의 방법이 다 보인다.
2Oasis cover

Oasis

1979 · Canyon

유명해지기 전에 낸 앨범이고, 기타로의 앨범 중 가장 베를린에 가깝다. 1979년 일본 캐니언에서 나왔고, 1982년 독일 레이블 쿠쿡이 유럽에 발매했다. 유럽 사람들은 이 쿠쿡반으로 기타로를 알게 됐다. "Cosmic Energy" 가 8분 남짓으로 가장 길고, 짧은 곡은 3분이 안 된다. 방법은 슐체에게서 왔지만 곡 길이는 벌써 일본식이다. 두 번째로 들으면 Silk Road 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거기에 이르면서 무엇을 내려놓았는지 들린다.

Play first"Cosmic Energy". 8분 동안 서두르는 법이 없다. 슐체에게서 건네받은 것이 여기 담겨 있다.
3Silver Cloud cover

Silver Cloud

1983 · Sound Design · 일본어 제목 飛雲

일본 시절의 정점이자 팬들이 앞다투어 꼽는 앨범이다. 소리가 더 꽉 차고, 밴드 사운드에 가깝고, 선율에 자신감이 넘친다. "Earth Born" 으로 문을 열고, 두 번째 곡이 타이틀곡 "Flying Cloud" 다. 마지막 곡은 7분 30초짜리 "Straight a Way to Orion" 이고, 그 사이에 "Noah's Ark" 가 2분 30초 만에 지나간다. Silk Road 가 엽서라면 이 앨범은 여행이다. 세 번째에 두는 까닭은 이쯤 되면 기타로의 맥박이 베를린의 맥박과 어떻게 다른지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이 앨범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굳는다.

Play first"Flying Cloud". 4분 30초짜리 타이틀곡이다. 방법보다 사람이 먼저 들린다.
4Kojiki cover

Kojiki

1990 · Geffen · 일본 창세 신화를 다룬 일곱 악장

미국 시절의 대작이다. 8세기에 엮은 신들의 연대기 『고사기』를 일곱 악장에 담았고, 신시사이저 뒤에서 스카이워커 심포니의 현악이 받쳐 준다. 빌보드 200 에서 159위까지 올랐고, 빌보드 뉴에이지 차트에서는 1위를 했다. 초기 앨범들이 내밀했다면 이 앨범은 웅장하고, 몇 대목은 지나치게 웅장하다. 그래도 9분짜리 "Matsuri" 는 1985년 이후 기타로가 쓴 곡 가운데 최고다. 앨범 전체에서 도요하시 출신의 한 사람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제대로 인정받는 소리가 들린다. 네 번째에 두는 까닭은 관현악을 들을 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해서다.

Play first"Matsuri". 축제 북소리와 선율, 그리고 지금 들어도 1974년 소리 같은 신시사이저 솔로.
5Thinking of You cover

Thinking of You

1999 · Domo · 2001년 그래미 최우수 뉴에이지 앨범

그래미를 받은 앨범이다. 마지막에 두는 까닭은 기타로의 이야기가 결국 여기에 닿기 때문이다. 더 조용하고 더 느리며, 피아노는 늘고 무그는 줄었다. 슐체에게 배운 사람이 40대 중반이 되어, 사람들이 잠들려고 틀어 두는 음악을 만든다. 깎아내리려는 말이 아니다. 1990년대에 이 장르 전체가 다다른 곳이 여기였고, 기타로는 대부분의 음악가보다 우아하게 다다랐다. 앞의 네 장을 듣고 틀면 쉼표처럼 들린다. 처음부터 틀면 배경음처럼 스쳐 간다. 순서가 전부다.

Play first"Thinking of You". 피아노와 플루트, 그리고 다음 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될 선율.

지금까지 들은 것

1975년에 독일식 방법을 건네받아 1979년에는 그대로 쓰고, 1980년과 1983년에는 일본을 더하고, 1990년에는 미국을 더한 뒤, 1999년에 가만히 내려놓은 사람. 이 사이트에 나오는 이력 가운데 가장 가지런하고,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은 이력이다. 베를린 스쿨에 대중적인 갈래가 있다면 바로 기타로이고, 대중적이라고 해서 덜 진지한 것은 아니다. 듣기가 더 쉬울 뿐이다.

1975–1979

독일에서 온 방법

슐체와 함께한 밴드 음반 두 장, 그리고 일본에서 낸 Astral Voyage 와 Oasis. 시퀀서, 그리고 원조에게서 직접 건네받은 베를린식 방법.

1980–1986

일본

Silk Road, Silver Cloud, Tenku. 텔레비전, 선율, 다이코. 아시아 어디서나 기타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든 앨범들.

1987–1999

미국

게펜과 도모, 관현악, 그래미. 정점은 Kojiki 다. 나머지 가운데 몇 장은 로스앤젤레스 색이 짙다.

2000–현재

신성한 길

명상 음반, 실황 음반, 구카이 연작. 들쭉날쭉하지만 차분하고 진심이 담겼다.

다음에 들을 것들

어디서 구하나

이 글에 나온 음반을 구하는 곳이다. 새 CD·LP 는 Amazon 에서, 옛 판과 중고는 Discogs 에서 찾는다.

Silk Road 앨범 표지Silk Road · Amazon새 CD·LP 검색 결과.Silk Road 앨범 표지Silk Road · Discogs발매된 모든 판과 중고 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