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Silk Road → Oasis → Silver Cloud → Kojiki → Thinking of You. 명성, 근원, 정점, 규모, 쉼.
- 낮에 듣는다. 슐체가 밤의 음악이라면 기타로는 해 뜨고 1시간 뒤의 음악이다.
- 그래미를 받은 앨범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후기작이라 매끈하기만 하다.
- 베를린 스쿨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은 이력이다. 듣기 쉽다고 가벼운 음악은 아니다.
이 사이트가 다루는 음악가 가운데 일반 대중에게까지 이름이 닿은 사람은 기타로 하나다. 1980년대 일본에서 기타로는 마니아의 음악이 아니었다. 텔레비전과 다큐멘터리에서,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화면에서 흘러나오던 소리였고, 한가한 일요일 오후면 들려오던 소리였다. 베를린 쪽 순수주의자들은 바로 그 인기 때문에 기타로를 진지하게 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인기 때문에 기타로가 중요하다. 기타로는 밴드 시절 유럽에서 클라우스 슐체를 만났다. 1975년 슐체는 기타로가 몸담은 밴드의 앨범 한 장을 믹스하고 다음 한 장을 프로듀스했으며, 기타로에게 신시사이저 다루는 요령을 일러 주었다. 기타로는 그것을 일본으로 가져가, 1억 명이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으로 바꿔 놓았다. 이제 다섯 장을 순서대로 듣는다.

먼저 알아 둘 것이 있다. 기타로는 베를린 사람들이 말하는 시퀀서 음악가가 아니다. 시퀀스가 밑에 깔려 있기는 해도 곡의 주인공은 그 위에 얹힌 선율이다. 신시사이저 리드나 플루트가 그 선율을 연주하고, 선율은 오음계로 되어 있다. 그래서 미니무그로 연주해도 일본 음악처럼 들린다. 또 기타로는 옛날식 앨범 음악가다. 앨범 한 장이 모음곡이고, 면이 나뉘어 있고, 그중 뛰어난 것들은 영상에 맞춰 만들었다. 듣고 있으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이유가 거기 있다.
- 앞의 두 장은 헤드폰으로 듣는다. 시퀀스가 낮게 깔려 있어서, 부엌에서 틀어 놓는 정도의 음량으로는 묻혀 버린다.
- 한 장씩 통째로 듣는다. 면이 나뉜 모음곡이라, 짧은 곡들은 이어서 들어야 의미가 생긴다.
- 판을 산다면 1980년대 일본반이다. 1990년대 게펜 CD 도 괜찮지만, 소리를 더 밝게 다시 손본 판이다.
-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해도 된다. 절반은 영상에 맞춰 쓴 음악이라 배경에 두어도 제 몫을 한다.
다섯 장, 순서대로

Silk Road
이번만큼은 가장 유명한 앨범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 NHK 의 열두 편짜리 다큐멘터리 「실크로드」가 1980년 4월 7일부터 이듬해 3월 2일까지 방송됐고, 이 앨범이 그 음악이었다. 이 방송의 인기가 기타로의 이력을 열어 주었다. 게다가 기타로의 앨범 가운데 짜임새가 가장 좋다. 짧은 곡들, 곡마다 선율 하나, 그 아래 느린 맥박. Moondawn 을 들어 본 사람이라면 그 맥박을 알아볼 것이다. 첫 곡 "Silk Road Theme" 은 4분 12초짜리다. 그 4분 안에 방법 하나가 통째로 들어 있다.

Oasis
유명해지기 전에 낸 앨범이고, 기타로의 앨범 중 가장 베를린에 가깝다. 1979년 일본 캐니언에서 나왔고, 1982년 독일 레이블 쿠쿡이 유럽에 발매했다. 유럽 사람들은 이 쿠쿡반으로 기타로를 알게 됐다. "Cosmic Energy" 가 8분 남짓으로 가장 길고, 짧은 곡은 3분이 안 된다. 방법은 슐체에게서 왔지만 곡 길이는 벌써 일본식이다. 두 번째로 들으면 Silk Road 가 어디서 왔는지, 그리고 거기에 이르면서 무엇을 내려놓았는지 들린다.

Silver Cloud
일본 시절의 정점이자 팬들이 앞다투어 꼽는 앨범이다. 소리가 더 꽉 차고, 밴드 사운드에 가깝고, 선율에 자신감이 넘친다. "Earth Born" 으로 문을 열고, 두 번째 곡이 타이틀곡 "Flying Cloud" 다. 마지막 곡은 7분 30초짜리 "Straight a Way to Orion" 이고, 그 사이에 "Noah's Ark" 가 2분 30초 만에 지나간다. Silk Road 가 엽서라면 이 앨범은 여행이다. 세 번째에 두는 까닭은 이쯤 되면 기타로의 맥박이 베를린의 맥박과 어떻게 다른지 들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차이가 이 앨범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굳는다.

Kojiki
미국 시절의 대작이다. 8세기에 엮은 신들의 연대기 『고사기』를 일곱 악장에 담았고, 신시사이저 뒤에서 스카이워커 심포니의 현악이 받쳐 준다. 빌보드 200 에서 159위까지 올랐고, 빌보드 뉴에이지 차트에서는 1위를 했다. 초기 앨범들이 내밀했다면 이 앨범은 웅장하고, 몇 대목은 지나치게 웅장하다. 그래도 9분짜리 "Matsuri" 는 1985년 이후 기타로가 쓴 곡 가운데 최고다. 앨범 전체에서 도요하시 출신의 한 사람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제대로 인정받는 소리가 들린다. 네 번째에 두는 까닭은 관현악을 들을 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해서다.

Thinking of You
그래미를 받은 앨범이다. 마지막에 두는 까닭은 기타로의 이야기가 결국 여기에 닿기 때문이다. 더 조용하고 더 느리며, 피아노는 늘고 무그는 줄었다. 슐체에게 배운 사람이 40대 중반이 되어, 사람들이 잠들려고 틀어 두는 음악을 만든다. 깎아내리려는 말이 아니다. 1990년대에 이 장르 전체가 다다른 곳이 여기였고, 기타로는 대부분의 음악가보다 우아하게 다다랐다. 앞의 네 장을 듣고 틀면 쉼표처럼 들린다. 처음부터 틀면 배경음처럼 스쳐 간다. 순서가 전부다.
지금까지 들은 것
1975년에 독일식 방법을 건네받아 1979년에는 그대로 쓰고, 1980년과 1983년에는 일본을 더하고, 1990년에는 미국을 더한 뒤, 1999년에 가만히 내려놓은 사람. 이 사이트에 나오는 이력 가운데 가장 가지런하고,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은 이력이다. 베를린 스쿨에 대중적인 갈래가 있다면 바로 기타로이고, 대중적이라고 해서 덜 진지한 것은 아니다. 듣기가 더 쉬울 뿐이다.
독일에서 온 방법
슐체와 함께한 밴드 음반 두 장, 그리고 일본에서 낸 Astral Voyage 와 Oasis. 시퀀서, 그리고 원조에게서 직접 건네받은 베를린식 방법.
일본
Silk Road, Silver Cloud, Tenku. 텔레비전, 선율, 다이코. 아시아 어디서나 기타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만든 앨범들.
미국
게펜과 도모, 관현악, 그래미. 정점은 Kojiki 다. 나머지 가운데 몇 장은 로스앤젤레스 색이 짙다.
신성한 길
명상 음반, 실황 음반, 구카이 연작. 들쭉날쭉하지만 차분하고 진심이 담겼다.
다음에 들을 것들



- Silk Road → Oasis → Silver Cloud → Kojiki → Thinking of You. 명성, 근원, 정점, 규모, 쉼.
- 그다음에는 극동가족밴드의 Nipponjin(1975)과 Parallel World(1976)를 들어 본다. 슐체가 앞의 것은 믹스를, 뒤의 것은 프로듀스를 맡았다. 이 두 장을 만들면서 기타로가 신시사이저를 배웠다.
어디서 구하나
이 글에 나온 음반을 구하는 곳이다. 새 CD·LP 는 Amazon 에서, 옛 판과 중고는 Discogs 에서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