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5년 8월 Brain 에서 나온 슐체의 다섯 번째 솔로 앨범. 처음으로 시퀀서를 쓴 판이다.
- 앞면 "Bayreuth Return" 은 2트랙 녹음기에 한 번에 녹음했다. 재발매 해설에 따르면 6월 3일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2시간 동안이었다.
- 앨범 전체를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바쳤다. 두 곡의 이름도 바그너의 도시와 집에서 따왔다.
- 이듬해 프랑스 샤를 크로 아카데미의 그랑프리 뒤 디스크를 받았다.
1975년 봄, 베를린의 한 아파트. 클라우스 슐체는 스물일곱 살이었고, 솔로 앨범을 넉 장 낸 뒤였다. 넉 장 모두 시퀀서 없이 만들었다. 오르간, 신시사이저, 테이프, 그리고 바로 앞 앨범에서는 직접 친 드럼이 전부였다. 이 앨범에서 그게 달라진다. 줄리언 코프의 글에 따르면, 슐체는 녹음을 몇 주 앞두고 프랑크푸르트 악기 박람회에서 Synthanorma 라는 시퀀서 시제품을 만든 사람들에게 직접 샀다. 거기에 ARP 2600 을 연결했다. 그리고 어느 밤, 2시간 동안 앞면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했다. 2트랙 녹음기라 고칠 방법이 없었다. 슐체는 이 앨범을 바그너에게 바쳤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슐체의 솔로는 Irrlicht(1972)에서 시작한다. 오르간과 오케스트라 녹음을 거꾸로 돌려 만든 앨범이다. Cyborg(1973), Blackdance(1974), 그리고 1975년 초의 Picture Music. 넉 장은 저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되풀이하는 기계가 없다는 점이다. 같은 해 탠저린 드림은 이미 Phaedra 와 Rubycon 에서 시퀀서를 음악의 한가운데에 세워 두었다. 슐체는 탠저린 드림의 첫 앨범 Electronic Meditation(1970)에서 드럼을 친 사람이다. 그런 슐체가 이 기계를 어떻게 쓸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그 답이 이 앨범이다. 시퀀서 한 줄을 돌려 놓고, 30분 동안 손으로 조금씩 바꿔 간다. 위키백과는 시퀀서 패턴 하나를 실시간으로 이조하고 변형한 것이 이 곡 리듬의 뼈대라고 설명한다. 탠저린 드림이 시퀀서 여러 대를 겹쳐 층을 쌓았다면, 슐체는 한 대만 붙들고 시간을 길게 늘였다. 이 앨범 이후 슐체의 작업은 거의 다 이 방법 위에 서 있다.
- 녹음
- 1975년 3월~6월, 베를린. 슬리브에는 Berliner Weltklang-Studio, Schwäbischstr. 7
- 발매
- 1975년 8월, Brain 1075
- 구성
- 클라우스 슐체 혼자
- 악기
- ARP 2600, ARP Odyssey, EMS Synthi A, Farfisa Professional 오르간, ELKA 스트링, Synthanorma 시퀀서
- 수상
- 1976년 프랑스 샤를 크로 아카데미 그랑프리 뒤 디스크
- 길이
- 30:25 + 28:37
하나 짚어 둘 것이 있다. 이 앨범에는 무그가 없다. 모듈 벽 앞에 선 슐체의 사진은 이듬해 Moondawn 때부터의 모습이다. 이 앨범의 소리는 ARP 와 EMS 와 오르간에서 나오고, 그래서 뒤의 앨범들보다 가늘고 건조하다. 그 건조한 소리로 30분을 버틴다.
트랙리스트
| A | Bayreuth Return · 슐체 | 30:25 |
| B | Wahnfried 1883 · 슐체 | 28:37 |
곡은 두 개다. 한 면에 한 곡씩, 둘 다 30분 가까이 된다. 곡 길이 표기는 판마다 몇 초씩 다른데, 여기서는 독일 초판 LP 를 따랐다. 두 곡 이름 모두 바그너에게서 왔다. 바이로이트는 바그너가 자기 극장을 세운 도시이고, 반프리트는 그 도시에 있는 바그너의 집이다. 바그너는 1883년에 세상을 떠나 그 집 정원에 묻혔다. 슐체는 훗날 이 집 이름을 가명으로 쓴다. 1979년부터 리하르트 반프리트라는 이름으로 낸 앨범들이다.
"Bayreuth Return" 따라 듣기
시퀀스는 곧바로 시작한다. 뜸을 들이지 않는다. 안개 속을 몇 분씩 헤매다 맥박을 꺼내는 탠저린 드림과는 정반대다. 귀 기울일 것은 시퀀스 자체가 아니라, 언제부터 그 시퀀스를 의식하지 않게 되는가다. 처음 몇 분은 기계 소리가 들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 소리가 방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그 위에 얹힌 스트링 신스 화음과 즉흥 선율만 귀에 남는다. 슐체는 손으로 시퀀스를 옮기고 바꾸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다. 그게 이 곡의 기술이다. 코프는 20분쯤 지나 시퀀서가 루프로 돌아간 뒤 소리가 잦아들면서 별이 반짝이는 듯한 대목으로 넘어간다고 썼다. 그 뒤에 침묵이 갑자기 찾아온다. 2시간짜리 밤이 그렇게 끝난다.
"Wahnfried 1883", 28분

뒷면은 결이 다른 곡이다. 느리게 일렁이는 패드가 겹겹이 깔리고, 뚜렷한 으뜸음 없이 조가 만화경처럼 계속 옮겨 다닌다. 위키백과는 이 잦은 전조를 바그너에게 보내는 인사라고 적었다. 오르간이 깔아 둔 바닥 위로 날카로운 신스가 솟아오르고, 슐체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끝은 바그너풍으로 극적이다. 시퀀서가 들어 있느냐를 두고도 듣는 사람마다 말이 갈린다. 앞면보다 적게 들린다는 사람도 있고, 후반에 몰아친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귀 기울일 것은 같다. 바닥이 어디인지 모른 채 28분 동안 떠 있는 경험이다. 앞면이 맥박이라면 뒷면은 호흡이다.
이렇게 들어라
- 밤에 듣는다. 밤 10시에서 자정 사이에 만든 앨범이니 그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린다.
- 앞면은 끊지 않고 듣는다. 시퀀스가 언제 귀에서 사라졌는지 알아채는 것이 이 곡을 듣는 방법인데, 건너뛰면 그 순간을 놓친다.
-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한다. 작정하고 들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세 번쯤 들으면 그 안에서 온갖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이듬해 이 앨범은 프랑스에서 상을 받았다. 샤를 크로 아카데미의 그랑프리 뒤 디스크로, 대개 클래식 음반에 주던 상이다. 그리고 1976년 4월 Moondawn 이 나온다. 무그가 들어오고, 드러머 하랄트 그로스코프가 합류한다. 맥박이 박자로 바뀐다. Timewind 는 바로 그 앞에 놓인 앨범이다. 시퀀서 한 대와 슐체 혼자, 그리고 2시간. 그 뒤 40년 동안 슐체가 해 나간 일의 첫 장이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Bayreuth Return" 을 보낸다. 30분짜리라고 미리 일러 둔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어느 밤 2시간 동안 한 번에 연주한 곡이고, 2트랙 녹음이라 고칠 틈이 없었다고.
어디서 구하나
가질 만한 판은 2016년 MIG 의 2CD 다. 원래 앨범에 1975년 리허설 녹음 "Echoes of Time"(38:42)과 "Solar Wind" 가 더해져 있다. 앞면의 다른 판본까지 듣는 셈이다. 2006년 Revisited 판도 구성이 같다. LP 로는 2017년 Brain/Universal 180g 판이 있고, 리마스터는 에록이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