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4년 2월, 탠저린 드림이 버진에서 낸 첫 장. 시퀀서를 음악 한복판에 세운 판이다.
- 추운 방에서 무그의 음이 스르르 어긋났고, 밴드는 그 사고를 지우지 않았다.
- 타이틀곡 하나가 판 한 면을 쓴다. 십칠 분 삼십구 초.
- 싱글도 라디오도 없이 영국 15위. 베를린 스쿨의 설계도가 여기서 나왔다.
타이틀곡을 처음 들으면 열에 아홉은 테이프가 늘어난 줄 안다. 십일 분쯤에서 곡 전체가 푹 주저앉는다. 시퀀스가 아래로 스르르 미끄러지고, 몇 초 동안은 기계가 숨을 거두는 소리처럼 들린다. 고장이 아니었다. 옥스퍼드셔의 추운 방에 놓인 무그 모듈러가 난방이 돌면서 음이 풀린 것이고, 베를린에서 온 세 사람이 그걸 지우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앨범은 그 판단 하나로 남았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1973년이 저물 무렵 탠저린 드림에게는 독일 레이블 Ohr 에서 낸 넉 장이 있었다. 뒤로 갈수록 낯설어지고 조용해졌다. Zeit(1972)는 일흔두 분 동안 거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름답다. 이듬해 Atem(1973)이 존 필의 귀에 걸려 그해의 음반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그 소문이 런던의 스물세 살 음반가게 주인에게까지 갔다. Tubular Bells 를 막 내놓고 다음 패를 찾던 사람, 리처드 브랜슨이다. 그가 밴드를 버진으로 데려갔다. 계약금은 무그 모듈러 한 벌과 영국행 비행기표가 됐다.
녹음은 1973년 11월과 12월, 옥스퍼드셔 십턴온처웰의 시골집에 있던 버진의 스튜디오 더 매너에서 했다. 엔지니어는 필 베크. 증언을 모아 보면 거의 마지막까지 이 음반이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몰랐다. 밴드도 몰랐다.
- 녹음
- 1973년 11~12월, 옥스퍼드셔 십턴온처웰 더 매너
- 발매
- 1974년 2월 20일, Virgin Records
- 구성
- 에드가 프뢰제, 크리스토퍼 프랑케, 페터 바우만
- 악기
- 960 시퀀서를 단 무그 모듈러, 멜로트론 M400, VCS 3, 파르피사와 펜더 로즈, 오르간, 플루트, 기타
- 차트
- 영국 15위. 라디오는 거의 틀지 않았다. 영국 골드 인증
- 길이
- 37:46
버진에서 낸 첫 장이고, 시퀀서를 한복판에 세운 첫 장이고, 독일 밖에서 진짜로 팔린 첫 장이다. 이 셋은 이후 사 년을 더 함께 간다. 사람들이 "고전기 탠저린 드림" 이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Rubycon 과 Ricochet 은 그 사이에 나온다. 다만 출발점은 여기다.

에드가 프뢰제
스물아홉. 표지를 직접 그렸다. 두 번째 곡은 혼자 쳤다.

크리스토퍼 프랑케
스물. 타이틀곡의 그 일이 벌어지던 순간 무그 앞에 앉아 있던 사람. 사진은 최근 것이다.

페터 바우만
스물. 마지막 곡을 혼자 쓰고 혼자 쳤다. 1977년에 밴드를 떠난다.
트랙리스트
| A1 | Phaedra · 프뢰제, 프랑케, 바우만 | 17:39 |
| B1 | Mysterious Semblance at the Strand of Nightmares · 프뢰제 | 9:55 |
| B2 | Movements of a Visionary · 프뢰제, 프랑케, 바우만 | 7:55 |
| B3 | Sequent C' · 바우만 | 2:17 |
곡은 넷. 한 면을 한 곡이 통째로 쓰고, 뒷면에 셋이 들어간다. 마지막 곡은 이 분을 겨우 넘긴다. 아래는 타이틀곡을 분 단위로 따라간 것이다. 이 곡이 이런 음악을 짓는 법을 나머지 모두에게 가르쳤고, 한 번 이렇게 듣고 나면 예전 귀로는 못 돌아간다.
"Phaedra" 17분 39초, 분 단위로
나머지 곡들
"Mysterious Semblance at the Strand of Nightmares" 는 프뢰제가 멜로트론과 페이저만 놓고 혼자 친 곡이다. 이 음악이 차갑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들려줄 곡을 하나만 고르라면 이것이다. 아홉 분 넘게 화음이 천천히 돈다. 밴드가 남긴 것 중에 가장 따뜻한 축에 든다. "Movements of a Visionary" 는 제일 분주하다.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고, 시퀀서가 정말로 서두르는 것처럼 들린다. "Sequent C'" 는 바우만 혼자 만든 이 분짜리다. 오르간 위에 플루트 같은 선 하나가 얹히고, 누가 조용히 방을 나가듯 음반이 닫힌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이 앨범은 영국에서 15위까지 올랐다. 싱글도 없고 라디오도 안 틀어 주는 독일산 연주곡 음반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작은 기적이다. 그 돈이 이후 십 년을 먹여 살렸다. 더 중요한 건 지도를 그렸다는 점이다. 뒤에 나온 긴 호흡의 시퀀서 곡들, 한 해 뒤 슐체의 Timewind, 두 해 뒤 자르의 Oxygène, 나중에 베를린 스쿨이라 불리게 되는 것 전부가 같은 설계도를 쓴다. 드론, 시퀀스, 필터, 두 번째 시퀀스, 하늘, 무너짐. 그들이 먼저 했고, 일부는 사고로 했고, 그 사고를 지우지 않을 만한 분별이 있었다.
어디서 구하나
Virgin/UMC 의 2019년 리마스터가 가질 만한 판이다. 1990년대 CD 는 소리가 얇다. 1974년 영국 초판이 수집가의 판인데 아직 값이 뛰지 않았다. 한 장만 산다면 LP 로 사라. 바이닐 한 면에 맞춰 섞은 음반이고, "Phaedra" 가 끝나고 판을 뒤집는 그 동작까지가 듣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