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ing guide · No. 1

탠저린 드림, 어디서 시작할까

먼저 다섯 장을 이 순서대로 들어보자. 그리고 그 후 들어야 할 앨범들도 알아보자. 한 곡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한 안내.

짧게 말하면

탠저린 드림은 쉰여덟 해 동안 백 장이 넘는 앨범을 냈다. 거쳐 간 멤버만 열다섯 명이 넘는다. 사람들이 이 밴드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목록을 열어 아무거나 하나 골랐는데 1990년대 영화음악이거나 1972년에 나온 칠십 분짜리 드론이다. 그러고는 이 음악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접는다. 아마 취향일 것이다. 시작을 잘못했을 뿐이다.

이 글은 탠저린 드림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다섯 장을 정해진 순서로 놓고, 앨범마다 어느 곡을 먼저 틀어야 하는지 짚는다. 순서가 중요하다. 앞 앨범이 다음 앨범을 들을 귀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끝에는 나중으로 미룰 앨범과 시대별 지도를 붙였다. 그러면 그 방대한 목록이 더 이상 벽처럼 보이지 않는다.

듣기 전에

다섯 장, 순서대로

1Phaedra cover

Phaedra

1974 · Virgin · Froese, Franke, Baumann · 37분

전설의 시작. 다들 여기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게 맞다. 짧은 음형을 끝없이 반복하는 기계, 그러니까 시퀀서가 음악의 한복판으로 들어온 앨범이다. 그 유명한 사고가 담긴 판이기도 하다. 추운 영국 스튜디오에서 무그의 음이 스르르 어긋났고, 밴드는 그걸 그대로 뒀다. 음악사에는 필연이 아닌 우연이 예상치 못한 성공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티비시리즈 엑스파일의 전설적인 오프닝 멜로디도 그러했다. 타이틀곡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면 이 음악이 정말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뭔가 걸렸다면,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것이라도, 계속 가면 된다. 난 이들의 음악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음악이 이끄는 심연 속으로 그저 빨려들어갈 뿐이다.

Play first"Phaedra" (17:39). 1분 55초의 맥박을, 10분 50초에 무너져 내리는 자리를 기다린다.
2Rubycon cover

Rubycon

1975 · Virgin · Froese, Franke, Baumann · 35분

같은 세 사람이 일 년 뒤에 같은 일을 작정하고 한다. 두 곡, 판 한 면에 한 곡씩, 각각 열일곱 분. Phaedra 가 더듬거리며 제 모양을 찾아 갔다면 Rubycon 은 불을 켜지 않고도 방 구조를 다 아는 사람처럼 걸어 들어온다. 오래된 팬 중에는 이 앨범을 최고로 꼽는 사람이 많다. 가장 완성된 판인 것만은 분명하다. 두 번째로 들으면 일 년 사이에 무엇이 여물었는지 들린다.

Play first"Rubycon Part One" (17:18). 4분쯤 시퀀스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놓아주지 않는다.
3Ricochet cover

Ricochet

1975 · Virgin · 1975년 유럽 순회 실황을 이어 붙임 · 38분

실황 앨범이다. 이 음악을 배경음악쯤으로 여기는 사람에게 틀어 줄 판이기도 하다. 프랑스와 영국의 대성당과 공연장에서 녹음한 뒤 스튜디오에서 이어 붙였고, 앞의 어떤 앨범보다 빠르고 단단하다. Part Two 에서 프랑케가 몰아가는 시퀀서는 이 밴드가 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순간이다. 앞의 두 장이 풍경이었다면 이 앨범은 날씨다.

Play first"Ricochet Part Two" (21:05). 도입부 피아노는 눈속임이다. 6분 30초까지는 버틴다.
4Stratosfear cover

Stratosfear

1976 · Virgin · Froese, Franke, Baumann · 36분

여기서부터 선율이 들어온다. 기타, 하모니카, 그랜드 피아노, 흥얼거릴 수 있는 진짜 멜로디. 곡은 짧아지고 두 곡이 아니라 네 곡이 실린다. Stratosfear 는 순수한 시퀀서 시절과 1980년대의 더 짜임새 있고 미국적인 음악 사이에 놓인 다리다. 네 번째로 들어야 그 변화가 타협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게 들린다.

Play first"Stratosfear" (10:38). 2분 40초에 나오는 선율이 이 앨범에서 가장 유명하고, 그럴 만하다.
5Force Majeure cover

Force Majeure

1979 · Virgin · Froese, Franke, Klaus Krüger · 39분

바우만이 떠나고 드러머가 들어왔다. 첼로도 있다. 고전기의 끝자락에 놓인 크고 관현악적인, 거의 교향곡에 가까운 앨범이며, 이 밴드가 가장 밴드답게 들리는 판이다. 1980년대로 넘어가기 전 마지막 필청반이고, 핑크 플로이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건네기 좋은 입구이기도 하다.

Play first"Force Majeure" (18:17). 팔 분에 걸쳐 쌓아 올린다. 그냥 둔다.

다섯 장, 두 시간. 그다음은

다섯 장을 다 들었고 더 듣고 싶다면 이제 혼자 길을 찾을 만큼은 안다. 크게 두 갈래다. PhaedraRubycon 이 가장 좋았다면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고, 거기서 옆으로 클라우스 슐체에게 건너간다. 그 소리를 혼자서 사십 년 동안 밀고 간 사람이다. StratosfearForce Majeure 가 좋았다면 반대로 앞으로, 영화음악과 1980년대 초로 간다. 어느 쪽이든 아래 지도가 길잡이가 된다.

1970–1973

핑크 시절

Ohr 레코드, 분홍 라벨. 드론과 소음, 우주적인 즉흥. 듣기 힘들지만 가끔 굉장하다.

1974–1979

버진 시절

시퀀서의 시대. 이 글의 전부가 여기에 있다. 한 시대만 파겠다면 여기다.

1980–1987

블루 시절

디지털 장비, 짧아진 곡, 영화음악. Thief, Tangram, Hyperborea. 1987년에 프랑케가 떠난다.

1988–현재

프랑케 이후

프뢰제가 2015년까지 새 멤버들과 끌고 갔고, 그 뒤로는 토르스텐 퀘슈닝이 이끈다. 편차가 크지만 2017년 이후로는 좋은 순간이 분명히 있다.

이건 나중에

나쁜 앨범이라서가 아니다. 첫 앨범으로 고르면 안 되는 것들이다. 하나같이 누군가의 최애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다시는 이 음악 근처에 오지 않게 만든 앨범이다.

1972년의 멜로트론, 나무 캐비닛에 건반 뚜껑을 연 모습
Zeit 가 나온 해인 1972년의 멜로트론. 이 글에 나온 앨범 중 Force Majeure 를 뺀 전부에 이 악기가 어딘가 들어 있다. 1970년대 탠저린 드림 음반에서 합창이나 현악이 들린다면 그게 바로 이것이다. 건반 하나마다 팔 초짜리 테이프가 한 가닥씩 물려 있다. Photo: Mellotron (1972) by Andrew Garton,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Resized from the original.

어디서 구하나

탠저린 드림 · AmazonCD 와 LP 로 지금 구할 수 있는 것들.탠저린 드림 · Discogs앨범 목록으로 바로 간다. 위의 다섯 장이 전부 여기 있고, 판마다 무엇이 다른지도 함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