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6년 RCA 에서 나왔다. 아홉 곡, 약 42분. 반젤리스가 런던 네모 스튜디오에서 모든 악기를 혼자 연주했다. 드럼까지 직접 쳤다.
- 우주 물리를 다룬 음반이다. 제목의 알베도는 지구가 받은 빛을 얼마나 되돌려 보내는지 나타내는 숫자다.
- "Pulstar" 와 "Alpha" 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에 쓰였고, "Pulstar" 는 여러 나라의 뉴스와 스포츠 방송 주제곡이 됐다.
- 영국 차트 18위에 올랐다. 반젤리스 음반이 영국 20위 안에 든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판의 마지막 4분, 신시사이저 화음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사이로 한 남자가 숫자를 읽는다. 지구의 질량, 여러 단위로 잰 한 해의 길이, 그리고 맨 끝에 알베도.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영어판 위키백과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이 판의 녹음 엔지니어 키스 스펜서앨런으로 적는다. 판 전체에 노래는 한 줄도 없다. 사람 목소리라고는 이 낭독과, 녹음해 넣은 교신·시보 소리가 전부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반젤리스가 걸어온 길은 「반젤리스, 어디서 시작할까」에 적었고, 그 가이드가 첫 장으로 고른 판이 바로 이것이다. 1975년 런던에 차린 네모 스튜디오에서 만든 두 번째 음반이다. 첫 음반 Heaven and Hell 은 클래식에 기대어 합창단까지 불렀다. 이 판은 방향을 바꿔 블루스와 재즈의 기운을 끌어들였다.
악기는 전부 반젤리스가 직접 연주했다. 신시사이저와 건반은 물론이고 베이스, 타악기, 실로폰, 가믈란, 어쿠스틱 드럼까지. 크레딧 한 줄이 이를 그대로 요약한다. 반젤리스, 신시사이저·건반·드럼·베이스, 그 밖의 모든 소리. 여기에 밖에서 가져온 소리 두 가지가 더해진다. 영국 전화의 시보 안내, 그리고 NASA 가 제공한 아폴로 달 착륙 교신이다.
제목은 행성이 받은 빛 가운데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비율을 뜻한다. LP 뒷면에 그 설명이 실려 있다. "행성이나 스스로 빛을 내지 않는 천체의 반사력. 완전한 반사체의 알베도는 100% 다. 지구의 알베도는 39%, 곧 0.39 다."
- 발매
- 1976년 9월, RCA RS 1080(영국)
- 녹음
- 1976년, 런던 네모 스튜디오
- 연주
- 반젤리스 혼자. 신시사이저, 건반, 드럼, 베이스, 그 밖의 모든 소리
- 엔지니어
- 키스 스펜서앨런
- 바깥 소리
- 전화 시보 안내(당시 영국 우정국 통신부), 아폴로 달 착륙 교신(NASA 제공)
- 표지
- 사진 레이 매시, 디자인 그레이브스/애슬렛
- 차트
- 영국 18위. 반젤리스의 첫 영국 20위권 음반
트랙리스트
| 1 | Pulstar | 5:44 |
| 2 | Freefall | 2:15 |
| 3 | Mare Tranquillitatis | 1:46 |
| 4 | Main Sequence | 8:09 |
| 5 | Sword of Orion | 1:55 |
| 6 | Alpha | 5:44 |
| 7 | Nucleogenesis (Part One) | 5:55 |
| 8 | Nucleogenesis (Part Two) | 6:11 |
| 9 | Albedo 0.39 | 4:20 |
위 길이는 1989년에 나온 RCA 첫 CD(ND 74208)를 직접 틀어 잰 것이다. 이 CD 에 인쇄된 길이는 실제와 꽤 다르다. 1번부터 5번까지가 앞면, 6번부터 9번까지가 뒷면이다.
세 곡 따라 듣기
"Alpha"(5:44). 가이드가 가장 먼저 들으라고 한 곡이다. 몇 마디짜리 단순한 주제를 세워 두고, 그 위에 악기를 하나씩 얹는다. 느린 신시사이저 아르페지오로 문을 열고, 말렛으로 두드리는 듯한 선율, 실로폰, 타악기가 차례로 붙는다. 드럼은 한참 뒤에 들어온다. 반젤리스는 이렇게 곡을 쌓는 방식을 Direct 같은 뒤 음반에서 자주 쓴다. 여기서는 새 악기가 들어오는 자리를 세어 보라. 주제는 그대로인데 곡은 점점 두꺼워진다.
"Pulstar"(5:44). 판의 첫 곡이다. 신시사이저가 맥박을 깔고 그 위에 주선율이 올라서며, 금관처럼 울리는 신시사이저 여러 줄이 겹겹이 쌓인다. 곡은 전화 시보 녹음으로 끝난다. RCA 는 이 판에서 싱글을 내고 싶어 했고, 이 곡을 골랐다. 여기서는 맥박을 따라가며 그 위에 금관 같은 소리가 몇 겹 쌓이는지 세어 보라. 맨 끝에서는 시계가 시각을 알려 준다.
"Albedo 0.39"(4:20). 판의 마지막 곡이다. 신시사이저 화음과 아르페지오가 밀려왔다 빠지고, 그 위에서 목소리가 지구의 물리량을 하나씩 읽는다. 여기서는 음악과 낭독이 겹치는 자리를 듣는다. 화음이 차오를 때와 빠질 때 목소리가 어디에 떨어지는지 귀를 기울여 보라.
나머지 곡
"Freefall"(2:15)은 가믈란이 빙빙 도는 음형 위에 신시사이저 선율 한 줄을 얹은 곡이다. "Mare Tranquillitatis"(1:46)는 고요의 바다, 아폴로 11호가 내려앉은 달의 평원을 제목으로 삼았다. 조용한 신시사이저 위로 달 착륙 교신이 몇 차례 흘러간다. "Main Sequence"(8:09)는 판에서 가장 긴 곡이다. 맥박치는 시퀀스 위에서 드럼이 이끄는 재즈가 커지다가, 잦아들며 곧장 "Sword of Orion"(1:55)으로 이어진다. 뒷면의 "Nucleogenesis" 1부와 2부는 원소가 생겨나는 과정에서 제목을 따왔다. 교회 오르간, 드럼, 베이스, 금관 같은 신시사이저를 엮은 콜라주이고, 앞의 곡들보다 어둡다.
이렇게 들어라
- 앞면은 끊지 말고 듣는다. "Main Sequence" 가 "Sword of Orion" 으로 넘어가는 자리는 이어 들어야만 들린다.
- 크게 튼다. 가이드에 적은 대로 베를린 쪽 음악은 조용하지만 반젤리스는 그렇지 않다.
- 한 번은 드럼만 따라간다. 이 판의 드럼은 반젤리스가 직접 쳤다. 신시사이저 소리 사이로 드럼만 쫓아가 보라.
- 마지막 곡은 숫자를 받아 적으며 듣는다. 목소리가 읽는 값을 하나씩 적어 가다 보면 맨 끝에 제목이 나온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영국 앨범 차트 18위까지 올랐다. 반젤리스 음반이 영국 20위 안에 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앞 음반 Heaven and Hell 을 로열 앨버트 홀에서 연주했던 것처럼, 이 판도 1977년에 같은 무대에서 연주했다.
이 판의 곡들은 음반 밖에서 더 오래 쓰였다. 칼 세이건의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에 "Pulstar" 와 "Alpha" 가 들어갔다. "Alpha" 는 진화를 그린 애니메이션에 깔렸고, 음악이 절정에 오르는 순간 사람이 나타나도록 편집됐다. "Pulstar" 는 미국 ESPN 스포츠센터의 초기 주제곡이 됐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의 뉴스, 보스턴과 토론토의 지역 뉴스에도 흘렀다. 가이드가 "누구나 텔레비전에서 한 번쯤 들은 곡" 이라고 적은 까닭이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Albedo 0.39" 를 보낸다. 4분 남짓한 곡이라고 먼저 일러 둔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인다. 목소리가 읽는 지구의 알베도 0.39 는 1976년에 계산한 값이다. 지금 값은 0.30 이다. 음반 제목이 된 숫자가 그사이에 달라졌다.
어디서 구하나
1976년 영국 RCA 에서 나온 LP 원반(RS 1080)이 이 음반의 대표 판이다. 같은 해 미국·캐나다와 유럽 여러 나라에서도 RCA 로 나왔다. CD 는 1989년 RCA 판이 처음이고, 2013년에는 에소테릭 레코딩스가 반젤리스가 직접 다시 마스터링한 판을 냈다.
엔지니어가 마이크 앞에서 지구의 무게를 읽는다. 마지막 숫자를 읽고 나면 판이 멈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