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7년 12월 RCA 에서 나왔다. 다섯 곡, 약 39분. 반젤리스가 런던 네모 스튜디오에서 만든 세 번째 음반이다.
- 반젤리스의 음반에 야마하 CS-80 이 처음 실린 판이다. 반젤리스는 이 신시사이저를 평생 썼다.
- 도덕경에서 주제를 얻었다. 표지에 한 구절이 적혀 있다. "가는 것은 멀리 가는 것이고, 멀리 가는 것은 돌아오는 것이다."
- "To the Unknown Man" 은 1978년 미뎀 국제 기악상을 받았고, 1979년 BBC 세계 스누커 선수권 중계에 쓰였다.
1977년, 야마하가 신시사이저 하나를 내놓았다. 무게가 100킬로그램 가까이 나간다. 한 번에 여덟 음을 내고, 건반은 누르는 세기뿐 아니라 누른 채로 더 주는 힘까지 알아듣는다. 반젤리스는 훗날 이 악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내 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신시사이저다. 제대로 치려면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진짜 악기라고 부를 수 있는 신시사이저는 이것 하나다." 반젤리스가 이 악기를 처음 쓴 음반이 바로 이 판이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반젤리스가 걸어온 길은 「반젤리스, 어디서 시작할까」에, 바로 앞 음반 이야기는 Albedo 0.39 편에 적었다. 이 판은 가이드가 두 번째로 고른 음반이다. Heaven and Hell, Albedo 0.39 에 이어 네모 스튜디오에서 만든 세 번째 음반인데, 앞의 두 장보다 덜 알려졌다.
이번에는 옛 도가 사상에서 주제를 가져왔다. 우주가 나선을 그리며 움직인다는 생각이 판 전체를 받친다. 표지에는 도덕경 한 구절을 적었고, 슬리브에는 셋째 곡 "Dervish D" 를 두고 이렇게 적었다. "제자리에서 도는 춤으로 우주의 나선을 깨닫는 데르비시 춤꾼에게서 착상했다." 표지 디자인도 반젤리스가 직접 했다. 하늘에 떠 있는 나선은 악기에 꽂는 케이블이다.
이번에도 악기는 반젤리스 혼자 다 연주했다. 신시사이저, 시퀀서, 일렉트릭 피아노, 드럼, 타악기. 사람 목소리는 딱 한 곡에서 나온다. "Ballad" 에 자기 목소리를 가공해 넣었다.
- 발매
- 1977년 12월, RCA PL 25116(영국)
- 녹음
- 1977년, 런던 네모 스튜디오
- 연주
- 반젤리스 혼자. 신시사이저, 시퀀서, 일렉트릭 피아노, 드럼, 타악기. "Ballad" 에 가공한 목소리
- 새 악기
- 야마하 CS-80(1977). 8성부, 세기와 누름에 반응하는 건반, 리본 컨트롤러
- 엔지니어
- 키스 스펜서앨런(보조 말리스 둔클라우)
- 표지
- 디자인 반젤리스, 사진 마이클 플로머. 도덕경 구절
- 상
- "To the Unknown Man", 1978년 미뎀 국제 기악상
- 차트
- 네덜란드 38위(1978)
트랙리스트
| 1 | Spiral | 6:55 |
| 2 | Ballad | 8:27 |
| 3 | Dervish D | 5:21 |
| 4 | To the Unknown Man | 9:01 |
| 5 | 3 + 3 | 9:43 |
위 길이는 1989년에 나온 RCA 첫 CD(ND 70568) 기준이다. 영국 원반 LP 로 재면 곡마다 조금씩 짧게 나온다. 1번부터 3번까지가 앞면, 4번과 5번이 뒷면이다.
세 곡 따라 듣기
"To the Unknown Man"(9:01). 가이드가 이 판에서 고른 곡이다. 가이드는 선율 하나가 9분 동안 자라나는 곡이라고 적었다. 1977년에 싱글로 나왔고, 이듬해 미뎀에서 국제 기악상을 받았다. 여기서는 처음 나온 선율과 끝날 무렵의 선율을 견줘 들어라. 9분 동안 그 선율에 무엇이 덧붙었는지, 그것이 곧 이 곡이다.
"Ballad"(8:27). 판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곡은 이것뿐이다. 영어판 위키백과는 반젤리스가 자기 목소리를 가공해 넣었다고 적는다. 여기서는 그 목소리를 찾아 들어라. 어디까지가 사람이고 어디부터가 기계인지 가려 보라.
"Dervish D"(5:21). 제목의 데르비시는 제자리에서 빙빙 도는 춤을 추는 수도자다. 슬리브에 적힌 대로 이 곡은 그 춤에서 나왔다. 여기서는 곡이 앞으로 나아가는지, 한자리에서 맴도는지 들어 보라. 음반 제목이 나선이다.
나머지 곡
판을 여는 곡은 타이틀곡 "Spiral"(6:55)이다. 마지막 곡 "3 + 3"(9:43)은 판에서 가장 길다.
이렇게 들어라
- 크게 튼다. 가이드에 적은 대로 볼륨을 올리고 CS-80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우게 둔다.
- 한 면씩 끊지 않고 듣는다. 앞면에 세 곡, 뒷면에 두 곡. 곡 순서에 뜻이 담겨 있다.
- 다 듣고 나면 첫 곡으로 돌아간다. 표지의 구절처럼 멀리 간 것은 돌아온다. "3 + 3" 이 끝나면 "Spiral" 을 다시 틀어 보라.
- 그다음에는 Blade Runner 에서 한 곡. 같은 악기인데, 거기서는 CS-80 이 한복판에 선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앞의 두 장만큼 이름이 나지도, 좋은 평을 받지도 못했다. 네덜란드 앨범 차트에서는 1978년에 38위까지 올랐다. 그 대신 한 곡이 멀리까지 갔다. "To the Unknown Man" 이 1978년 미뎀 국제 기악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1979년에는 셰필드 크루서블 극장에서 열린 세계 스누커 선수권의 BBC 중계에 쓰였다.
CS-80 과의 인연은 이 판으로 끝나지 않았다. 반젤리스는 그 뒤로 평생 이 악기를 썼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거의 내내 그의 주력 신시사이저였고, China, Opéra sauvage, Chariots of Fire 와 Blade Runner 의 영화음악, 존 앤더슨과 함께 낸 첫 세 장에서 그 소리가 두드러진다. 가이드가 이 판을 두 번째로 고르면서 이후 20년을 끌고 갈 소리가 여기서 태어났다고 적은 까닭이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To the Unknown Man" 을 보낸다. 9분짜리 곡이라고 먼저 일러 둔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인다. 도덕경 구절을 표지에 새긴 음반의 이 곡이, 1979년 BBC 세계 스누커 선수권 중계 음악으로 쓰였다. 나선을 그리던 곡이 당구대 위를 굴렀다.
어디서 구하나
1977년 영국 RCA 에서 나온 LP 원반(PL 25116)이 이 음반의 대표 판이다. 미국에서는 같은 해 AFL1-2627 번호로 나왔다. CD 는 1989년 RCA 판이 처음이다. 2013년 에소테릭 레코딩스의 리마스터 판에는 싱글 B면이던 "To the Unknown Man (II)" 가 처음으로 CD 에 실렸다.
하늘에 케이블 하나가 감긴 채 떠 있다. 끝의 잭은 아직 어디에도 꽂히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