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로열 앨버트 홀의 객석. 둥근 벽을 따라 금빛 기둥과 아치가 돌고, 천장 아래에 파란 조명을 받은 원반들이 떠 있다Photo: Amanda Slater (Coventry, West Midlands, UK) · Wikimedia Commons · CC BY-SA 2.0
Album · No. 18

Heaven and Hell

반젤리스는 짓고 있던 스튜디오를 지옥이라 불렀다. 그 공사판에서 여섯 주 만에 만든 1975년 음반, 그리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가 가져간 4분.

짧게 말하면

"스튜디오가 지옥이었다." 반젤리스가 이 음반을 두고 한 말이다. "곳곳에 굳지 않은 콘크리트가 있었고, 인부들이 사방에서 시끄럽게 일했다. 그 옆에서 나는 음반을 끝내려 하고 있었다. 스튜디오를 빨리 다 짓는 방법은 다 짓기 전에 그 안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뿐이다." 1975년 가을 런던. 천국과 지옥을 다룬 음반이 공사판 한복판에서 녹음됐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Heaven and Hell 앨범 표지. 불길 속에서 날개 달린 금빛 두 손이 건반 위로 떠올라 있다
Heaven and Hell, RCA RS 1025, 1975년. 사진 폴 웨이크필드.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반젤리스가 걸어온 길은 「반젤리스, 어디서 시작할까」에 적었다. 이 판은 가이드가 세 번째로 고른 음반이지만, 세 장 가운데 가장 먼저 나왔다. 뒤이은 두 장은 Albedo 0.39Spiral 편에서 다뤘다.

반젤리스는 파리에서 런던으로 건너와 마블 아치 근처에 16트랙 스튜디오를 차리고 네모라는 이름을 붙였다. 1975년 8월 RCA 와 음반 네 장 계약을 맺었는데, 이 판이 그 첫 장이다. 프랑스어판 위키백과에 따르면 파파타나시우라는 성을 떼고 반젤리스라는 이름만으로 낸 첫 음반이기도 하다. 앞 음반 Earth 의 프로그레시브 록을 뒤로하고, 클래식에 기댄 신시사이저 소리로 방향을 틀었다.

작업 방식은 늘 그랬듯 반젤리스다웠다. "음반을 오래오래 준비하는 건 싫다. 앉아서 떠오르는 대로 치는 게 더 신난다. Heaven and Hell 은 그렇게 나왔다. 여섯 주가 걸렸는데, 처음 곡들을 담는 데는 두 주쯤 걸렸다." 신시사이저, 뵈젠도르퍼 그랜드 피아노, 타악기는 반젤리스가 직접 연주했고, 합창과 두 가수의 노래만 다른 사람이 맡았다. 판은 두 주제로 나뉜다. 천국은 고요한 소리로, 지옥은 한층 전위적인 소리로 그렸다.

발매
1975년 11월, RCA RS 1025(영국)
녹음
1975년 9월, 런던 네모 스튜디오. 여섯 주
연주
반젤리스. 신시사이저, 뵈젠도르퍼 그랜드 피아노, 타악기
합창
잉글리시 체임버 콰이어, 지휘 가이 프로서로
노래
존 앤더슨("So Long Ago, So Clear" 가사와 노래), 바나 베루티("12 O'Clock")
엔지니어
앨런 루카스
표지
사진 폴 웨이크필드, 슬리브 구상 마이크 다우드, 로고 제프 핼핀
차트
영국 31위. 반젤리스 음반으로는 처음 영국 차트에 올랐다

트랙리스트

1 Heaven and Hell Part I 21:58
2 Heaven and Hell Part II 21:16

위 길이는 1989년에 나온 RCA 첫 CD(ND 71148) 기준이다. CD 에는 트랙이 두 개뿐이고, 1번이 앞면, 2번이 뒷면이다. 노래 "So Long Ago, So Clear"(4:58)는 1번 끝에 들어 있다. 초기 LP 에는 각 부분 안의 대목마다 이름이 붙어 있었다. Part I 은 "Bacchanale"(4:40), "Symphony to the Powers B" 1·2악장(8:18), 3악장(4:03). Part II 는 "Intestinal Bat"(3:18), "Needles & Bones"(3:22), 두 부분으로 된 "12 O'Clock"(8:48), "Aries"(2:05), "A Way"(3:45).

세 대목 따라 듣기

"Movement 3"(4:03). "Symphony to the Powers B" 의 3악장이고, 가이드가 이 판에서 고른 대목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가 주제곡으로 쓴 바로 그 선율이다. 앞면을 처음부터 틀면 13분 가까이 지나서 나온다. 여기서는 모음곡이 흘러가다 그 선율에 닿는 순간을 들어라. 텔레비전에서 따로 떼어 들은 사람이라도, 제자리에서 듣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So Long Ago, So Clear"(4:58). 앞면을 닫는 노래로, 반젤리스와 존 앤더슨이 처음 함께 만든 곡이다. 반젤리스는 이렇게 돌아봤다. "어느 날 둘이 앉았고, 내가 선율을 치기 시작하자 그가 편안해하더니 곧바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프랑스어판 위키백과는 이 노래가 모음곡에 속하지 않으며, 두 면의 길이를 맞추려고 앞면 끝에 넣었다고 적는다. 여기서는 판에서 처음 나오는 가사에 귀를 기울여라. 모음곡이 끝나고 사람의 말이 들려온다.

"12 O'Clock"(8:48). 뒷면 한가운데 놓인 두 부분짜리 대목이고, 노래는 바나 베루티가 불렀다. 합창단을 빼면 이 판에 목소리를 보탠 사람은 둘뿐인데, 그중 한 사람이다. 여기서는 그 목소리가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려라.

나머지 대목

앞면은 "Bacchanale"(4:40)로 시작한다. 제목은 바쿠스의 술잔치라는 뜻이다. 뒷면은 "Intestinal Bat"(3:18)과 "Needles & Bones"(3:22)로 문을 열고, "12 O'Clock" 을 지나 "Aries"(2:05), "A Way"(3:45)로 끝난다.

이렇게 들어라

그다음에 일어난 일

1976년 1월 10일 영국 앨범 차트에 진입해 31위까지 올랐다. 반젤리스 음반이 영국 차트에 오른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그해 반젤리스는 로열 앨버트 홀 무대에서 이 음반을 연주했다. 같은 해 Albedo 0.39 가 나왔고, 1977년에 Spiral 이 뒤를 이었다.

이 음반을 훨씬 멀리까지 퍼뜨린 것은 텔레비전이었다. 1980년 가을 미국 PBS 에서 방송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가 "Movement 3" 을 주제곡으로 쓰면서, 반젤리스의 음악이 세계 곳곳의 거실로 들어갔다. 1981년에는 "Heaven and Hell (Theme from 'The Cosmos')" 라는 제목의 싱글로 나와, 그해 7월 18일 영국 싱글 차트 48위에 올랐다. 이 판에서 시작된 존 앤더슨과의 인연은 뒷날 존 앤드 반젤리스라는 듀오로 이어졌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Heaven and Hell Part I" 을 보낸다. 『코스모스』 주제곡은 13분쯤 지나서 나온다고 먼저 일러 둔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인다. 이 곡을 녹음할 때 스튜디오는 아직 공사 중이었다. 반젤리스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와 인부들 틈에서 녹음하며 그곳을 지옥이라고 불렀다. 천국은 바로 그 한복판에서 녹음됐다.

어디서 구하나

1975년 영국 RCA 에서 나온 LP 원반(RS 1025)이 이 음반의 대표 판이다. 초기 판에는 각 부분 안의 대목 이름이 적혀 있다. 같은 해 미국·독일·프랑스 등지에서도 RCA 로 나왔다. CD 는 1989년 RCA 판이 처음이고, 2013년에는 에소테릭 레코딩스가 리마스터 판을 냈다.

Heaven and Hell 앨범 표지Amazon반젤리스 Heaven and Hell CD·LP 목록.Heaven and Hell 앨범 표지DiscogsHeaven and Hell 의 모든 판. 1975년 영국 RCA RS 1025 부터.

불길 위로 날개 달린 두 손이 떠오른다. 그 아래에 건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