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산자락 절벽 위에 선 노이슈반슈타인 성. 1900년 무렵의 컬러 인쇄 사진Photo: Unknown author (미국 의회도서관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소장)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Album · No. 26

X

첫 앨범에서 오케스트라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갰던 슐체가 1978년에는 현악을 들리는 그대로 두었다. 여섯 사람에게 바친 열 번째 앨범.

짧게 말하면

1972년, 클라우스 슐체는 오케스트라 하나를 지워 버렸다. 첫 솔로 앨범 Irrlicht 를 만들면서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녹음했고, 그 테이프를 망가진 앰프와 필터에 통과시켰다. 판에서 들리는 것은 현악이 아니라 윙윙 울리는 드론이다. 거기 스무 명 넘는 연주자가 있었다는 것은 "오케스트라와 전자 기계를 위한 4채널 교향곡" 이라는 부제를 읽어야 안다. 6년 뒤 프랑크푸르트에서 슐체는 다시 현악 연주자들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X 앨범 표지
X, Brain 0080.023, 1978년 9월. 두 장짜리 LP 에 16쪽짜리 책자가 붙어 나왔다.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1977년의 슐체는 Mirage 에서 드럼을 빼고 혼자 얼음 위에 서 있었다. 같은 해 Body Love Vol. 2 가 나왔고, 1978년 1월부터 여름까지 프랑크푸르트의 Studio Panne-Paulsen 에서 이 앨범을 녹음했다. 드럼에는 하랄트 그로스코프가 돌아왔다. 첼로는 볼프강 티폴트가 맡았고, 헤센 방송 관현악단 단원들로 꾸린 작은 현악단이 두 곡과 마지막 곡의 첫머리에 들어갔다. 바이올린 8, 비올라 3, 첼로 3, 콘트라베이스 1. 모두 열다섯 명이다.

영문 위키백과는 이 현악을 이렇게 정리한다. 슐체는 현악단을 녹음해 테이프로 루프를 만들었다. Irrlicht 때와 같은 방법이지만, 이번에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걸러 내지 않았다. 신시사이저 방에서 혼자 일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현악을 들리는 그대로 곡의 한가운데에 세웠다.

형식도 컸다. 두 장, 네 면, 여섯 곡. 곡마다 한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달았다. 철학자 니체,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 『듄』 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맏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 극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영문 위키백과의 표현으로는 슐체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책자의 글과 사진, 표지는 클라우스 D. 뮐러가 맡았다.

녹음
1978년 1월~여름, 프랑크푸르트 Studio Panne-Paulsen
발매
1978년 9월, 독일 Brain 0080.023 (LP 두 장, 16쪽 책자)
부제
Sechs Musikalische Biographien (여섯 개의 음악적 전기)
연주
클라우스 슐체, 하랄트 그로스코프(드럼), 볼프강 티폴트(첼로, 지휘)
현악
헤센 방송 관현악단 단원 15명
원래 LP 길이
116분 41초

트랙리스트

A1 Friedrich Nietzsche · 슐체 24:15
A2 Georg Trakl · 슐체 5:25
B1 Frank Herbert · 슐체 10:47
B2 Friedemann Bach · 슐체 18:02
C Ludwig II. von Bayern · 슐체 28:40
D Heinrich von Kleist · 슐체 29:32

길이는 1978년 독일 초판 LP 를 따랐다. 앞의 두 면에 곡이 넷, 뒤의 두 면은 한 면에 한 곡이다. 판마다 초가 조금씩 다르다. 2005년 CD 는 "Georg Trakl" 을 26:04 로 싣는다. 그 이야기는 글 끝에 적었다.

"Ludwig II. von Bayern" 따라 듣기

알프스 산자락 절벽 위에 선 노이슈반슈타인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 1890~1905년 무렵의 컬러 인쇄 사진. 루트비히 2세가 짓게 한 성이다. Photo: Neuschwanstein Castle LOC print by Unknown author (미국 의회도서관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소장),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Resized from the original.

셋째 면을 통째로 차지하는 29분 가까운 곡이다. 이 앨범에서 현악이 가장 크게 들리는 곳이 여기다. 주제는 비발디에서 왔다.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11번 D단조(RV 565)의 셋째 악장에서 착안했다. 티폴트가 현악단을 지휘했다.

곡은 서두르지 않는다. 1978년 12월 영국 잡지 Face Out 의 크리스 퍼스는 바이올린이 이끄는 현악이 두껍게 깔리고, 절정이 아주 천천히 쌓인다고 썼다. 그는 이 곡이 앨범에서 가장 말이 많을 곡이라고 내다봤다. 들을 곳은 현악과 신시사이저가 겹치는 자리다. 테이프로 돌린 현악 루프 위에 슐체의 신시사이저가 얹히면, 어디까지가 사람의 활이고 어디부터가 기계인지 귀가 잠깐 헷갈린다. 그 헷갈림이 이 곡의 재미다.

평은 정말로 갈렸다. 프랑스 잡지 Best 의 에르베 피카르는 1979년 1월호에서 이 곡을 앨범의 걸작이라 부르며, 슐체가 기계와 오케스트라를 섞는 솜씨에 감탄했다. 같은 해 3월 Rock & Folk 는 반대쪽에 섰다. 두 부분 사이의 끝없는 이음새만 없었다면 완벽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썼다. 두 평이 가리키는 곳은 같다. 현악이 들어오는 대목은 아름답고, 그 사이를 잇는 대목은 길다. 어느 쪽이 더 크게 들리는지는 듣는 사람의 몫이다.

나머지 곡

"Friedrich Nietzsche" 가 판을 연다. 신시사이저와 그로스코프의 드럼, 타악기가 24분을 꽉 채운다. 퍼스는 이 곡을 두고 Moondawn 을 떠올렸다. 헤드폰으로 크게 들으면 감각이 넘칠 지경인데, 선율이 분명해서 소음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발이 먼저 박자를 짚는 곡이다.

"Georg Trakl" 은 LP 에서 5분 남짓이다. 퍼스는 트라클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쓰면서도, 조용하고 생각에 잠긴 곡이라며 좋아했다. 표지를 만든 뮐러는 2012년 슐체의 공식 사이트에 실린 글에서 이 곡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화창한 봄날 아침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양 같다고 적었다.

"Frank Herbert" 는 둘째 면을 여는 11분짜리다. 리듬이 촘촘하지만 니체 곡보다 가볍다. 퍼스는 탠저린 드림에 아주 가깝다고 들었다. "Friedemann Bach" 에서 현악이 처음 나온다. 현악단에 솔로 바이올린과 티폴트의 첼로가 더해진다. 퍼스는 이 현악을 신시사이저가 흉내 낸 바이올린으로 들었고, 몸서리를 치며 이 곡은 자주 듣지 않겠다고 썼다. 크레디트를 보면 이 곡에는 헤센 방송 관현악단 단원들과 솔로 바이올린이 실제로 들어 있다.

"Heinrich von Kleist" 는 넷째 면 전체다. 첫 몇 분에 현악이 깔리고, 곧 앨범에서 가장 성긴 곡이 된다. 퍼스는 Mirage 와 닮은 분위기라고 했다. 느리고, 비어 있고, 그 빈자리가 곡을 끌고 간다. 두 시간 가까운 판이 여기서 숨을 고르며 끝난다.

이렇게 들어라

그다음에 일어난 일

1978년 9월, 앨범이 나오던 무렵 슐체는 벨기에 순회 공연에서 젊은 연주자들로 꾸린 오케스트라와 "Ludwig" 를 무대에 올렸다. 2005년 재발매에 따르면 이 오케스트라는 연습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날의 녹음이 21분짜리 "Objet d'Louis" 로 남았다.

제목에 이름을 올린 사람 가운데 둘은 그 뒤에도 돌아왔다. 1979년 다음 앨범 Dune 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고, 티폴트의 첼로가 다시 들어왔다. 1994년에는 트라클의 마지막 날들을 다룬 전자 오페라 Totentag 를 냈다. 슐체는 인터뷰에서 트라클의 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2022년 마지막 앨범 Deus Arrakis 도 『듄』 에서 나왔다.

현악도 남았다. 영문 위키백과는 슐체가 이후 앨범에서 첼로를 즐겨 썼고, 특히 Dune 에서 그랬다고 적는다. Irrlicht 에서 지워졌던 오케스트라가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 뒤로는 다시 숨지 않았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Georg Trakl" 을 보낸다. 가능하면 2005년 이후 CD 에 실린 26분짜리로.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1978년 LP 를 산 사람들은 이 곡의 5분 20초만 들었다. 판 한 면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가 거기까지였다. 슐체는 2000년 모음집 The Ultimate Edition 에 원래 녹음을 손본 "Discover Trakl" 을 실었고, 원래의 전곡은 27년이 지난 2005년에야 판에 올랐다.

어디서 구하나

가질 만한 판은 2005년 Revisited Records 의 두 장짜리 CD 와, 같은 구성으로 2016년 MIG 에서 다시 낸 판이다. 원래의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에서 새로 옮겼고, "Georg Trakl" 이 26분 전체로 실렸다. 두 번째 CD 끝에 1978년 벨기에 공연의 "Objet d'Louis" 가 붙어 있다. 책자에 따르면 그전의 CD 는 소리가 바뀌었고 몇 곡은 원래 LP 보다 짧았다.

LP 로는 2017년 Brain/Universal 판이 있다. 그로브슈니트의 에록이 리마스터했고, 원래 LP 처럼 "Georg Trakl" 은 5분 남짓이다. "Objet d'Louis" 는 함께 든 다운로드 쿠폰으로 받는다. 셋째 면에 바늘을 내리면, 1978년 프랑크푸르트의 현악 열다섯 대가 비발디에서 빌려 온 주제를 들고 걸어 들어온다.

X 앨범 표지X · Amazon새 CD·LP 검색 결과.X 앨범 표지X · Discogs발매된 모든 판과 중고 매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