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8년 9월 Brain 에서 나온 슐체의 열 번째 솔로 앨범. 제목의 X 는 로마 숫자 10 이다.
- 부제는 "여섯 개의 음악적 전기". 니체, 트라클, 프랭크 허버트, 프리데만 바흐, 루트비히 2세, 클라이스트에게 한 곡씩 바쳤다.
- 두 곡에 작은 현악단이 들어간다. 첫 앨범 때처럼 필터로 뭉개지 않고, 바이올린이 바이올린으로 들린다.
- 원래 LP 에는 "Georg Trakl" 26분 가운데 5분 20초만 실렸다. 전체는 2005년 재발매 CD 에서야 나왔다.
1972년, 클라우스 슐체는 오케스트라 하나를 지워 버렸다. 첫 솔로 앨범 Irrlicht 를 만들면서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리허설을 녹음했고, 그 테이프를 망가진 앰프와 필터에 통과시켰다. 판에서 들리는 것은 현악이 아니라 윙윙 울리는 드론이다. 거기 스무 명 넘는 연주자가 있었다는 것은 "오케스트라와 전자 기계를 위한 4채널 교향곡" 이라는 부제를 읽어야 안다. 6년 뒤 프랑크푸르트에서 슐체는 다시 현악 연주자들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지우지 않았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1977년의 슐체는 Mirage 에서 드럼을 빼고 혼자 얼음 위에 서 있었다. 같은 해 Body Love Vol. 2 가 나왔고, 1978년 1월부터 여름까지 프랑크푸르트의 Studio Panne-Paulsen 에서 이 앨범을 녹음했다. 드럼에는 하랄트 그로스코프가 돌아왔다. 첼로는 볼프강 티폴트가 맡았고, 헤센 방송 관현악단 단원들로 꾸린 작은 현악단이 두 곡과 마지막 곡의 첫머리에 들어갔다. 바이올린 8, 비올라 3, 첼로 3, 콘트라베이스 1. 모두 열다섯 명이다.
영문 위키백과는 이 현악을 이렇게 정리한다. 슐체는 현악단을 녹음해 테이프로 루프를 만들었다. Irrlicht 때와 같은 방법이지만, 이번에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걸러 내지 않았다. 신시사이저 방에서 혼자 일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현악을 들리는 그대로 곡의 한가운데에 세웠다.
형식도 컸다. 두 장, 네 면, 여섯 곡. 곡마다 한 사람의 이름을 제목으로 달았다. 철학자 니체,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 『듄』 의 작가 프랭크 허버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맏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 바이에른 왕 루트비히 2세, 극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영문 위키백과의 표현으로는 슐체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이다. 책자의 글과 사진, 표지는 클라우스 D. 뮐러가 맡았다.
- 녹음
- 1978년 1월~여름, 프랑크푸르트 Studio Panne-Paulsen
- 발매
- 1978년 9월, 독일 Brain 0080.023 (LP 두 장, 16쪽 책자)
- 부제
- Sechs Musikalische Biographien (여섯 개의 음악적 전기)
- 연주
- 클라우스 슐체, 하랄트 그로스코프(드럼), 볼프강 티폴트(첼로, 지휘)
- 현악
- 헤센 방송 관현악단 단원 15명
- 원래 LP 길이
- 116분 41초
트랙리스트
| A1 | Friedrich Nietzsche · 슐체 | 24:15 |
| A2 | Georg Trakl · 슐체 | 5:25 |
| B1 | Frank Herbert · 슐체 | 10:47 |
| B2 | Friedemann Bach · 슐체 | 18:02 |
| C | Ludwig II. von Bayern · 슐체 | 28:40 |
| D | Heinrich von Kleist · 슐체 | 29:32 |
길이는 1978년 독일 초판 LP 를 따랐다. 앞의 두 면에 곡이 넷, 뒤의 두 면은 한 면에 한 곡이다. 판마다 초가 조금씩 다르다. 2005년 CD 는 "Georg Trakl" 을 26:04 로 싣는다. 그 이야기는 글 끝에 적었다.
"Ludwig II. von Bayern" 따라 듣기

셋째 면을 통째로 차지하는 29분 가까운 곡이다. 이 앨범에서 현악이 가장 크게 들리는 곳이 여기다. 주제는 비발디에서 왔다.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협주곡 11번 D단조(RV 565)의 셋째 악장에서 착안했다. 티폴트가 현악단을 지휘했다.
곡은 서두르지 않는다. 1978년 12월 영국 잡지 Face Out 의 크리스 퍼스는 바이올린이 이끄는 현악이 두껍게 깔리고, 절정이 아주 천천히 쌓인다고 썼다. 그는 이 곡이 앨범에서 가장 말이 많을 곡이라고 내다봤다. 들을 곳은 현악과 신시사이저가 겹치는 자리다. 테이프로 돌린 현악 루프 위에 슐체의 신시사이저가 얹히면, 어디까지가 사람의 활이고 어디부터가 기계인지 귀가 잠깐 헷갈린다. 그 헷갈림이 이 곡의 재미다.
평은 정말로 갈렸다. 프랑스 잡지 Best 의 에르베 피카르는 1979년 1월호에서 이 곡을 앨범의 걸작이라 부르며, 슐체가 기계와 오케스트라를 섞는 솜씨에 감탄했다. 같은 해 3월 Rock & Folk 는 반대쪽에 섰다. 두 부분 사이의 끝없는 이음새만 없었다면 완벽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썼다. 두 평이 가리키는 곳은 같다. 현악이 들어오는 대목은 아름답고, 그 사이를 잇는 대목은 길다. 어느 쪽이 더 크게 들리는지는 듣는 사람의 몫이다.
나머지 곡
"Friedrich Nietzsche" 가 판을 연다. 신시사이저와 그로스코프의 드럼, 타악기가 24분을 꽉 채운다. 퍼스는 이 곡을 두고 Moondawn 을 떠올렸다. 헤드폰으로 크게 들으면 감각이 넘칠 지경인데, 선율이 분명해서 소음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발이 먼저 박자를 짚는 곡이다.
"Georg Trakl" 은 LP 에서 5분 남짓이다. 퍼스는 트라클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쓰면서도, 조용하고 생각에 잠긴 곡이라며 좋아했다. 표지를 만든 뮐러는 2012년 슐체의 공식 사이트에 실린 글에서 이 곡을 오랜만에 다시 듣고, 화창한 봄날 아침 들판에서 뛰노는 어린 양 같다고 적었다.
"Frank Herbert" 는 둘째 면을 여는 11분짜리다. 리듬이 촘촘하지만 니체 곡보다 가볍다. 퍼스는 탠저린 드림에 아주 가깝다고 들었다. "Friedemann Bach" 에서 현악이 처음 나온다. 현악단에 솔로 바이올린과 티폴트의 첼로가 더해진다. 퍼스는 이 현악을 신시사이저가 흉내 낸 바이올린으로 들었고, 몸서리를 치며 이 곡은 자주 듣지 않겠다고 썼다. 크레디트를 보면 이 곡에는 헤센 방송 관현악단 단원들과 솔로 바이올린이 실제로 들어 있다.
"Heinrich von Kleist" 는 넷째 면 전체다. 첫 몇 분에 현악이 깔리고, 곧 앨범에서 가장 성긴 곡이 된다. 퍼스는 Mirage 와 닮은 분위기라고 했다. 느리고, 비어 있고, 그 빈자리가 곡을 끌고 간다. 두 시간 가까운 판이 여기서 숨을 고르며 끝난다.
이렇게 들어라
- 한 번에 다 듣지 않는다. 하룻밤에 한 장씩, 두 밤에 나눠 듣는다.
- 셋째 면 "Ludwig II. von Bayern" 은 앞의 두 면을 듣고 나서 튼다. 신시사이저에 익은 귀에 현악이 들어와야 그 차이가 들린다.
- "Friedrich Nietzsche" 는 소리를 키워도 된다. 나머지는 밤에 작게 튼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1978년 9월, 앨범이 나오던 무렵 슐체는 벨기에 순회 공연에서 젊은 연주자들로 꾸린 오케스트라와 "Ludwig" 를 무대에 올렸다. 2005년 재발매에 따르면 이 오케스트라는 연습할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날의 녹음이 21분짜리 "Objet d'Louis" 로 남았다.
제목에 이름을 올린 사람 가운데 둘은 그 뒤에도 돌아왔다. 1979년 다음 앨범 Dune 은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고, 티폴트의 첼로가 다시 들어왔다. 1994년에는 트라클의 마지막 날들을 다룬 전자 오페라 Totentag 를 냈다. 슐체는 인터뷰에서 트라클의 시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2022년 마지막 앨범 Deus Arrakis 도 『듄』 에서 나왔다.
현악도 남았다. 영문 위키백과는 슐체가 이후 앨범에서 첼로를 즐겨 썼고, 특히 Dune 에서 그랬다고 적는다. Irrlicht 에서 지워졌던 오케스트라가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 뒤로는 다시 숨지 않았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Georg Trakl" 을 보낸다. 가능하면 2005년 이후 CD 에 실린 26분짜리로.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1978년 LP 를 산 사람들은 이 곡의 5분 20초만 들었다. 판 한 면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가 거기까지였다. 슐체는 2000년 모음집 The Ultimate Edition 에 원래 녹음을 손본 "Discover Trakl" 을 실었고, 원래의 전곡은 27년이 지난 2005년에야 판에 올랐다.
어디서 구하나
가질 만한 판은 2005년 Revisited Records 의 두 장짜리 CD 와, 같은 구성으로 2016년 MIG 에서 다시 낸 판이다. 원래의 아날로그 마스터 테이프에서 새로 옮겼고, "Georg Trakl" 이 26분 전체로 실렸다. 두 번째 CD 끝에 1978년 벨기에 공연의 "Objet d'Louis" 가 붙어 있다. 책자에 따르면 그전의 CD 는 소리가 바뀌었고 몇 곡은 원래 LP 보다 짧았다.
LP 로는 2017년 Brain/Universal 판이 있다. 그로브슈니트의 에록이 리마스터했고, 원래 LP 처럼 "Georg Trakl" 은 5분 남짓이다. "Objet d'Louis" 는 함께 든 다운로드 쿠폰으로 받는다. 셋째 면에 바늘을 내리면, 1978년 프랑크푸르트의 현악 열다섯 대가 비발디에서 빌려 온 주제를 들고 걸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