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이른 아침의 오케페노키 늪 가장자리. 소나무 사이로 햇빛이 번진다Photo: [email protected] (Flickr https://www.flickr.com/photos/134867242@N05/30690185634/) · Wikimedia Commons · CC BY 2.0
Album · No. 25

Stratosfear

1976년 8월 베를린. 기계가 멈추고 테이프가 사라지던 녹음실에서 농담으로 꺼낸 하모니카가 음반에 남았다. 탠저린 드림이 선율 쪽으로 몸을 돌린 판.

짧게 말하면

하모니카는 농담이었다. 1976년 8월, 베를린의 Audio Studios. 탠저린 드림은 몇 주째 기계와 싸우고 있었다. 페터 바우만이 주문한 새 시퀀서는 만드는 데 1년이 걸렸고, 녹음을 시작하고 2주가 지나서야 완성돼 들어왔다. 겨우 돌아가게 만들자 이번에는 멀티트랙 녹음기가 멈췄다. 돌비 장치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어느 날 프뢰제가 하모니카를 들고 스튜디오에 나타났다. 제멋대로 구는 기계에 대한 대꾸였다. 셋째 곡 첫머리에서 한 번 불어 보았는데, 듣고 나서 아무도 지우자고 하지 않았다. 그 하모니카는 지금도 판에 있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Stratosfear 앨범 표지. 붉은 땅 위로 판 여러 장이 줄지어 떠올라 구름 속으로 이어진다
Stratosfear, Virgin V 2068, 1976년. 표지는 모니크 프뢰제의 작품이다. 붉은 땅에서 판 여러 장이 계단처럼 떠올라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버진 시절의 앞 세 장은 영국에서 다듬었다. PhaedraRubycon 은 옥스퍼드셔의 시골집 더 매너에서 녹음했고, Ricochet 도 순회 테이프를 그곳으로 가져가 다시 지었다. 1976년에 밴드는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그해 초에는 베를린의 낡은 영화관을 빌려 윌리엄 프리드킨의 영화 Sorcerer 음악을 녹음했고, 8월에는 오케스트라 녹음에 쓰던 스튜디오 Audio Studios 를 처음 써 보기로 했다.

프뢰제에게 이 녹음은 악몽이었다. 훗날 그는 바우만이 새 시퀀서 때문에 애를 먹었고, 기술로든 음악으로든 틀어질 수 있는 것은 전부 틀어졌다고 돌아봤다. 자기와 프랑케는 기분이 상한 채 스튜디오를 나서는 날이 많았다. 녹음 시간은 큰돈이었는데 작업은 몇 주씩 늘어졌다. 마스터 테이프가 스튜디오에서 사라지고 다 끝낸 곡이 영문도 모르게 지워졌다. 마지막에는 믹싱 콘솔이 연기를 내며 타 버렸다. 세 사람은 어떤 곡을 판에 실을지를 두고도 다퉜다.

크리스토퍼 프랑케는 같은 여름을 전혀 다르게 기억한다. 그에게 Stratosfear 는 특별히 아끼는 판이다. 소리에 트인 공간이 있어서다. 프랑케의 말로는 한 번에 2시간까지 멈추지 않고 연주했다. 보통 전자음악 즉흥연주는 짜 놓고 멈추기를 되풀이하는데, 이때는 긴 흐름을 탔다. 어쿠스틱 악기도 하나씩 다시 들여 색을 입혔다. 그가 보기에 이 판은 Phaedra 다음으로 크게 내디딘 한 걸음이다. 같은 방에 있던 두 사람의 기억이 이만큼 갈린다.

녹음
1976년 8월, 베를린 Audio Studios
엔지니어
오트마르 베르글러
발매
1976년 10월, Virgin V 2068
구성
에드가 프뢰제, 크리스토퍼 프랑케, 페터 바우만
제작
탠저린 드림
차트
영국 39위, 4주 (1976년 11월 13일 진입)
길이
약 35분

소리가 달라진 까닭은 악기 목록에 보인다. 프뢰제는 멜로트론과 무그 말고도 12현과 6현 기타, 그랜드 피아노, 베이스 기타, 하모니카를 맡았다. 프랑케는 하프시코드를 쳤고, 바우만은 펜더 로즈와 새 리듬 컴퓨터를 들고 왔다. 곡이 짧아지고 선율이 앞으로 나왔다. 두 곡짜리 판이 네 곡이 됐다. 제목도 한번 뜯어볼 만하다. 성층권(stratosphere)에 두려움(fear)을 끼워 넣은 말장난이다.

트랙리스트

A1 Stratosfear · 프뢰제, 프랑케, 바우만 10:37
A2 The Big Sleep in Search of Hades · 프뢰제, 프랑케, 바우만 4:29
B1 3 A.M. at the Border of the Marsh from Okefenokee · 프뢰제, 프랑케, 바우만 8:49
B2 Invisible Limits · 프뢰제, 프랑케, 바우만 11:25

앞면에 둘, 뒷면에 둘. 가장 긴 곡도 12분이 안 된다. 원판 표기로는 첫 곡이 10:04 로 찍혀 있는데 실제 길이는 10분 30초를 넘는다. 여기 적은 시간은 팬 아카이브 Voices in the Net 의 목록을 따랐다.

"Stratosfear" 따라가며

첫 곡은 느리게 걷는 신시사이저 화음으로 문을 연다. 그 뒤로 한 줄의 선율이 풀려 나오고, 되풀이될수록 귀를 붙잡는다. 올뮤직의 존 부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은 곡으로 꼽은 것이 이 곡이고, 그 이유로 든 것도 이 흐름이다. 여기서는 바닥의 시퀀스에 귀를 둔다. 바우만의 새 리듬 컴퓨터가 치는 타악 시퀀스는 마르고 정확하다. Ricochet 에서 프랑케가 손으로 두드리던 드럼과 견주면 차이가 바로 들린다. 사람의 박자가 빠진 자리를 기계가 흔들림 없이 메우고, 듣는 사람은 어느새 발끝으로 박자를 짚는다. 이 밴드의 음악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곡은 여기서 처음 나온다.

밴드도 이 곡을 아꼈다. 이후 무대에서 수없이 연주했고, 1995년에는 Tyranny of Beauty 에 "Stratosfear 1995" 로 다시 녹음해 실었다.

나머지 곡

"The Big Sleep in Search of Hades" 는 4분 30초가 안 되는, 판에서 가장 짧은 곡이다. 1976년에 홍보용 싱글을 찍을 때 타이틀곡과 함께 이 곡을 잘라 실었다. 하데스는 그리스 신화의 저승이다. 프뢰제는 이 판의 제목 몇 개가 그리스 철학과 닿아 있다고 했다.

"3 A.M. at the Border of the Marsh from Okefenokee" 가 하모니카의 곡이다. 오케페노키는 미국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 경계에 걸친 늪이다. 곡 첫머리의 하모니카는 스튜디오 기계들 사이에서 유난히 사람 냄새가 난다. 새벽 3시의 늪가라는 제목이 그 소리 하나에 기대어 선다.

"Invisible Limits" 는 11분 넘게 이어지는 마지막 곡이다. 시퀀서 리듬 위에 멜로트론 현악과 하프시코드, 어쿠스틱 기타가 흩뿌려진다. 1994년에 이 시절을 정리한 음악 저술가 마크 프렌더개스트는 이 곡을 새 소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곡으로 꼽았다. 끝에서 기계가 물러나고 피아노와 플루트 선율이 남는다. 앨범 전체가 그 몇 분을 향해 걸어온 것처럼 들린다.

이렇게 들어라

그다음에 일어난 일

판이 나온 10월, 밴드는 유럽 순회에 올랐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벨기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에서 30회 넘게 무대에 섰다. 판은 11월에 영국 차트에 들어가 39위까지 올랐다. Ricochet 과 비슷한 자리다. 평이 다 좋지는 않았다. 로버트 크리스트고는 이 밴드가 대중성은 크라프트베르크에게 맡겨 두는 편이 낫다고 썼다.

이듬해 봄과 여름, 탠저린 드림은 미국을 두 번 돌며 표를 다 팔았다. 그 순회에서 실황 앨범 Encore 가 나왔고, 1977년 9월 콜로라도 볼더 공연을 끝으로 바우만이 밴드를 떠났다. 결국 Stratosfear 는 세 사람이 함께 만든 마지막 정규 스튜디오 앨범으로 남았다. 이 판이 연 선율의 길은 1979년 Force Majeure 에서 다시 이어진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3 A.M. at the Border of the Marsh from Okefenokee" 를 보낸다. 타이틀곡이 더 유명하지만, 이 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이 곡이 더 잘 말해 준다. 한 줄 덧붙인다. 첫머리의 하모니카는 연주가 아니라 농담이었다. 고장 난 기계들 앞에서 한번 불어 본 것이 그대로 판이 됐다.

어디서 구하나

2019년 판이 가질 만하다. 벤 와이즈먼이 원본 테이프에서 새로 리마스터했고, 1975년 코번트리 대성당 공연 녹음 일부와 싱글 편집본 둘이 덤으로 들었다. 박스 세트 In Search of Hades 의 열세 번째 디스크와 같은 판이다. 1995년 Virgin "Definitive Edition" CD 에는 곡 제목과 바우만의 이름이 틀리게 찍힌 곳이 있다. 원래의 모양을 손에 쥐려면 겉면을 코팅한 펼침 재킷의 1976년 영국 LP 를 찾는다. 바늘을 뒷면 첫머리에 내려놓으면, 새벽 3시의 늪가에서 하모니카가 먼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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