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구라하라 고레요시 감독의 영화 남극이야기(南極物語)는 1983년 7월 23일 일본에서 개봉했다. 음악은 반젤리스가 맡았다.
- 개봉 이틀 전에 영화 이름을 단 싱글이 먼저 나왔다. 출연 배우 오기노메 게이코가 부른 이미지 송이고, 반젤리스는 이 판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 반젤리스의 주제곡 싱글은 8월에 나왔다. LP 에서 7분 26초인 주제곡이 싱글에서는 4분 45초로 줄었다.
- 영화는 일본에서 1,200만 명이 봤고, 1997년까지 14년 동안 일본 영화 흥행 기록을 지켰다.
1958년 2월, 일본 남극 관측대는 쇼와 기지에서 물러나며 사할린 썰매개 15마리를 사슬에 묶어 둔 채 떠났다. 날씨가 나빠 배가 기지에 닿지 못했고, 개들을 데려올 연료도 물도 모자랐다. 이듬해 1월 14일, 다시 온 대원들을 두 마리가 맞았다. 남극에서 태어난 형제 개 타로와 지로다. 25년 뒤 구라하라 고레요시가 이 이야기를 영화로 찍었고, 주인공 대원은 다카쿠라 겐이 맡았다.
감독이 원한 음악가

일본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구라하라 감독은 반젤리스의 팬이었고, 그래서 음악을 그에게 부탁했다. 때가 나빴다. 반젤리스는 Chariots of Fire 로 아카데미 작곡상을 막 받은 참이었고, 여러 나라에서 일이 몰려들고 있었다. 매니저가 부른 값은 그 시절 일본 영화 몇 편을 찍을 만한 액수였다. 제작진은 한때 포기할 뻔했다. 그러다 반젤리스 본인에게서 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받고, 매니저와 끈질기게 흥정해 성사시켰다.
음악은 런던에 있는 반젤리스의 네모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엔지니어는 레인 샤인이다. 작곡과 편곡, 제작, 연주 모두 반젤리스 혼자 했다. LP 에는 여덟 곡이 실렸다. 앞면을 여는 「Theme from Antarctica」 가 7분 26초로 가장 길고, 뒷면 끝 「Deliverance」 는 영화가 끝날 때 흐르는 곡이다. 음악은 일본 아카데미상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1983년 여름의 싱글 두 장
영화 쪽은 선전이 요란했다. 제작사 후지TV 와 같은 후지산케이 그룹의 라디오 닛폰방송이 날마다 영화를 알렸고, 개봉 당일에는 특집 방송까지 내보냈다. 전국 순회 행사에는 타로와 지로를 연기한 개들과 배우 오기노메 게이코가 함께 다녔다. 오기노메는 썰매개 리키의 주인 역으로, 영화에는 세 장면만 나온다.
그 오기노메가 부른 노래가 개봉 이틀 전인 7월 21일 판으로 나왔다. 후지산케이 그룹의 캐니언 레코드에서 낸 7인치 싱글 「愛のオーロラ」(사랑의 오로라)다. 뒷면은 「白いレクイエム」(하얀 레퀴엠).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미지 송이라고 적혀 있고, 접어 펴는 재킷 안에 영화 스틸이 들었다. 작곡은 하야시 데쓰지, 작사는 이와타니 도키코, 편곡은 하기타 미쓰오다.
반젤리스 음반을 모으던 미국 수집가 사이트 Vangelis Collector 는 이 판을 뒤늦게 찾아내고 기대를 걸었다. 주제곡을 노래로 부른 것일까, 반젤리스가 곡을 썼거나 연주했을까. 사이트가 내린 답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반젤리스는 어떤 식으로도 참여하지 않았고, 반젤리스의 기존 주제를 바탕으로 한 곡도 아니었다.
반젤리스의 싱글은 한 달쯤 뒤, 1983년 8월에 폴리도르에서 나왔다. 번호 7DM 0087. 앞면이 「Theme from Antarctica」 4분 45초, 뒷면이 「Antarctica Echoes」 5분 54초다. 사진 삽지 뒷면에 일본어 해설이 빼곡하다. 앞면은 LP 의 7분 26초에서 2분 41초를 덜어 냈다. 뒷면은 LP 와 길이가 같다.
영화 이름이 붙은 노래가 먼저 가게에 깔렸고, 영화 속 음악은 그 뒤에 왔다. 선전의 순서는 그랬다.
1,200만 명
영화는 일본에서 1,200만 명을 모았다. 그때까지 일본에서 만든 영화 가운데 흥행 1위였고, 1997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 가 넘어설 때까지 14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다. 1984년에는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나갔다.
음반은 1983년에 일본 밖에서도 폴리도르 LP 815 732-1 로 나왔다. 디스코그스에는 그해 미국 판을 비롯해 여러 나라 판이 올라 있다. CD 815 732-2 는 1988년에 유럽과 미국에서 나왔다.
영화는 지금도 방송을 탄다. NHK 방송 기록을 반젤리스 이름으로 찾으면 이 영화가 잡힌다. 2013년 마지막 날 BS 에서 공개 30주년 기념 리마스터판을 틀었고, 같은 판을 2025년 10월까지 몇 번 더 틀었다.
이렇게 들어라
LP 한 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튼다. 여덟 곡을 합쳐 45분이다. 헤드폰을 쓰고, 첫 곡 7분 26초는 끊지 않는다. 싱글 판으로 먼저 들었다면 싱글이 덜어 낸 2분 41초가 어디인지 LP 로 찾아본다. 찾는 동안 숨이 곡의 걸음에 맞춰 느려진다. 반젤리스가 어떤 음악가인지 처음이라면 반젤리스 가이드부터 읽는다.
친구에게 한 곡만 보낸다면 「Deliverance」 다. 영화가 끝날 때 흐르는 곡이고, 4분 29초다. 얼음 위에서 1년 가까이 버틴 개 두 마리의 이야기가 이 곡으로 끝난다.
어디서 구하나
Antarctica 는 1983년 일본 폴리도르에서 처음 나왔고, 1988년 CD 뒤로 여러 번 다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