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7호에서 본 지구. 아프리카와 남극이 보인다Photo: NASA/Apollo 17 crew (Harrison Schmitt 또는 Ron Evans)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Cover art · No. 34

Oxygène 표지: 미셸 그랑제의 지구

껍질이 벗겨진 지구 속에서 해골이 드러나는 그림. 1976년 장 미셸 자르의 Oxygène 에 실린 미셸 그랑제의 수채화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음반의 얼굴이 됐고, 그 뒤 자르의 음반에 몇 번이나 돌아왔는지.

짧게 말하면

어머니가 물었다. 왜 음반 이름을 기체 이름으로 짓고, 표지에는 해골을 넣었느냐고. 자르가 2018년 영국 신문 『가디언』 에 털어놓은 이야기다. Oxygène 는 음반사마다 퇴짜를 맞던 판이었다. 싱글도 드러머도 가수도 없고, 곡은 10분씩 가고, 게다가 프랑스 음반이라는 이유였다. 그런 판의 앞면에 껍질이 벗겨진 지구와 그 속의 해골이 있었다. 그림을 그린 미셸 그랑제도 같은 기사에서 음반 재킷으로는 꽤 거친 그림이었다고 말했다.

그림은 음반보다 먼저 있었다

Oxygène 앨범 표지. 갈라진 지구 껍질 속에서 해골이 드러나는 그림
Oxygène, 레 디스크 모터스, 1976년 12월. 표지는 미셸 그랑제의 수채화 「Oxygène」.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그랑제는 1946년 10월 13일 프랑스 루안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리옹 미술학교를 1968년에 마쳤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앵포는 2014년, 르네 고시니가 만화 잡지 『필로트』 에 그의 그림을 한 면씩 실어 주며 그를 세상에 내보냈다고 전했다. 그랑제의 공식 약력은 그를 오늘날의 큰 생태 주제를 그림으로 먼저 다룬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Oxygène」 은 그 주제의 한가운데 있는 그림이다. 그랑제는 『가디언』 에서 이 그림이 우리 행성이 입는 피해를 다룬 연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2016년 리옹의 문화 정보지 『프티 뷜탱』 과 한 인터뷰에서는 더 짧게 말했다. 생태 운동이 막 시작된 때였고, 생태를 다룬 그림 같은 것은 아직 없었다고.

그림이 처음 인쇄된 해는 자료가 갈린다. 그랑제는 1972년 『필로트』 에 실었다고 말하고, 영문 위키백과도 그렇게 적는다. 프랑스어 위키백과는 그가 지구를 주제로 한 첫 그림들을 1973년 『필로트』 704호에 실었다고 적는다. 『필로트』 호별 목록을 모아 둔 누리집 BD oubliées 에서도 1972년 호들에는 그랑제의 이름이 없고, 1973년 5월 3일 자 704호에 그의 그림 「Le monde」 가 있다. 어느 호에 이 그림이 처음 실렸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1976년, 그랑제는 파리에서 처음으로 큰 전시를 열었다. 보나파르트 거리의 마르케 화랑이다. 거기 30×40센티미터짜리 수채화 「Oxygène」 이 걸려 있었다.

누가 샀나, 그리고 9월 15일

그림이 자르에게 간 경위는 두 가지다. 둘 다 그랑제가 한 말이다. 2016년 『프티 뷜탱』 인터뷰에서 그랑제는 당시 자르의 짝이던 배우 샬럿 램플링이 원화를 사서 자르에게 선물했다고 말했다. 2018년 『가디언』 에서는 자르가 그림을 샀고, 음반 재킷으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고 했다. 자르 쪽 이야기도 『가디언』 에 있다. 어느 날 화랑에서 껍질이 벗겨지는 지구 그림을 봤다는 것이다. 이 글은 어느 한쪽을 고르지 않는다.

만남의 날짜는 한 가지다. 영문 위키백과에 따르면 화랑 주인이 그랑제에게 전화를 걸어, 자르가 만나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1976년 9월 15일 오후 5시. 그랑제는 수첩에 그렇게 적혀 있다고 『프티 뷜탱』 에 말했다.

고친 곳은 하나였다. 그랑제는 배경만 손봐 음반 크기의 정사각형에 맞췄다고 했다. 제목 글자꼴은 둘이 함께 골랐다. 두 사람은 저녁마다 같은 피자집에서 오래 이야기했고, 자르는 그 길로 집에 가서 밤새 곡을 썼다고 그랑제는 기억한다. 그해 가을 자르의 부엌에서 짓던 여섯 부분짜리 곡에 그림의 제목이 붙었다. 영문 위키백과는 그 제목이 곡들의 분위기에 꼭 맞았기 때문이라고 적는다. 부엌의 녹음 이야기는 Oxygène 리뷰에 있다.

그림이 말하는 것

그랑제에게 이 그림은 경고였다. 숨 쉬는 공기, 산소라는 제목 아래 지구의 살갗이 벗겨지고 뼈가 드러난다. 자르는 『가디언』 에서 이 음반을 자연과 환경 문제에 잇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영문 위키백과가 옮긴 그의 말로는 정치보다는 시와 초현실 쪽의 방식이었다. 40년 뒤 속편을 내면서 자르는 이 그림을 어둡고 초현실적인 생태 경고 신호라고 불렀다.

음악과 나란히 놓으면 둘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 음악은 파도 같은 소리로 방을 채우고, 그림은 그 공기가 떠나간 뒤의 행성을 보여 준다. 판을 걸고 재킷을 손에 들면, 귀는 숨을 쉬고 눈은 그 숨이 끊긴 자리를 본다.

그 뒤로 돌아온 그랑제

두 사람의 일은 한 장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랑제는 『프티 뷜탱』 에서 자르를 위해 표지를 여덟 장쯤 만들었다고 했다. 영문 위키백과와 그랑제의 공식 약력으로 확인되는 것만 적는다.

1976
Oxygène. 수채화 「Oxygène」
1978
Équinoxe. 그림 「Le trac」, 무대공포증이라는 뜻
1986
Rendez-Vous. 오랜 협업자 그랑제의 그림
1993
Chronologie. 그랑제의 표지
1997
Oxygène 7–13. 다시 그랑제
2007
Oxygène: New Master Recording. 조반니 부르주아가 그랑제의 원래 그림을 바탕으로 만든 3D 모델
2016
Oxygène 3. 자르가 그랑제의 허락을 받아 원래 그림을 3D 모델로 만들어 다른 각도에서 보여 줌

1997년의 Oxygène 7–13 에서 그랑제는 21년 만에 다시 Oxygène 연작의 표지를 맡았다. 2016년의 Oxygène 3 는 새 그림이 아니다. 음악 사이트 신스토피아에 따르면 자르는 그랑제에게 허락을 구해 원래 그림을 3D 모델로 만들었다. 같은 지구를 옆에서 본 모습이다. 1976년, 2007년, 2016년. 40년 동안 한 장의 그림이 세 번 음반의 얼굴이 됐다.

이렇게 들어라: 재킷을 손에 들고

친구에게 한 곡만 보낸다면 「Oxygène (Part II)」 다. 7분 49초. 이 사실도 함께 알려 준다. 이 음반의 이름은 음악이 아니라 그림에서 왔다. 화랑에 걸려 있던 수채화 한 장의 제목이 그대로 판의 제목이 됐다.

어디서 구하나

표지를 제대로 보려면 LP 다. 1976년 프랑스 초판의 재킷이 그랑제가 정사각형으로 고친 그대로의 모습이다. 뒷면 사진은 초판이 데이비드 베일리의 것이고, 프랑스어 위키백과에 따르면 프랑스 재발매판에는 샬럿 램플링이 찍은 자르의 사진이 들어갔다. 불을 끄고 판을 건다. 재킷 속 지구는 여전히 껍질이 벗겨진 채, 50년째 숨을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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