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6년 여름, 클라우스 슐체는 한 인터뷰에서 신시사이저는 악기가 아니라는 말에 답했다. 슐체 공식 사이트에 독일어 원문과 영어 번역이 실려 있다.
- 이 글이 고른 한마디는 이것이다. "eine Gitarre oder eine Violine wächst doch auch nicht auf dem Baum". 기타도 바이올린도 나무에서 열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 그때 슐체는 빅 무그를 들인 지 반년쯤 됐고, Moondawn 부터 드러머 하랄트 그로스코프와 함께 연주하고 있었다.
- 질문자의 이름과 이 인터뷰가 처음 실린 매체는 사이트에 적혀 있지 않다.
질문자는 먼저 떠도는 말을 옮겼다.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했다. 슐체나 프뢰제가 하는 일이란 2분이 지나면 버튼을 누르고, 3분 27초가 지나면 슬라이더를 올리는 것뿐이라는 소리다. 비싼 값과 복잡한 기계 탓에 이 뻔한 말은 당분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무슨 말로 맞서겠느냐고 물었다. 슐체는 신시사이저가 기계라서 사람의 악기가 아니라는 논리는 그냥 헛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 말이 나온 자리

슐체의 공식 사이트는 이 인터뷰를 두 쪽으로 싣는다. 독일어 원문 쪽의 제목은 「Sommer 1976」 이고, 영어 쪽 끝에는 1997년 kdm 이 독일어에서 옮겼다고 적혀 있다. 질문자는 머리말에서 첫 부분은 슐체의 악기 구성만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인터뷰의 앞쪽 절반은 장비 이야기다. 이 글은 장비를 따라가지 않고 한 문장 앞에 선다.
머리말은 그해의 공기도 적어 두었다. 질문자는 슐체와 탠저린 드림, 크라프트베르크, 마이크 올드필드, 슈토크하우젠, 허비 핸콕을 한 줄에 세우고, 이만큼 평이 갈리는 사람들도 드물다고 썼다. 슐체의 음악을 두고 나온 말은 천구의 음악이라는 찬사부터 신시사이저를 붙잡고 만지작거린다는 뜻의 "Rumgefrickele am Synthesizer" 까지 갈렸다고 했다. 가장 크고 가장 부당한 비난은 이 사람들은 음악가도 아니라는 말이라고 질문자는 적었다.
헛소리라고 한 다음 슐체는 재료부터 따졌다. 신시사이저도 바이올린처럼 땅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다. 석영과 구리와 결정은 나무와 현과 활만큼 자연스럽다. 스트라디바리도 산과 온도와 칠로 악기의 소리를 다듬었다. 요즘 기타리스트들을 보면 기타 연주와는 별 상관 없는 이펙터와 앰프가 어디에나 붙어 있다. 그 비난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클래식 기타만 악기로 남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Ich meine, eine Gitarre oder eine Violine wächst doch auch nicht auf dem Baum."
기타도 바이올린도 나무에서 열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사이트는 이 말을 인터뷰 전체의 제목으로 걸었다. 슐체는 말을 이었다. 기타와 바이올린이 스스로 음악을 하지 않듯 신시사이저도 그렇다. 활로 현을 긋든 건반을 눌러 소리의 신호를 주든, 첫 움직임은 연주자에게서 나온다. 어느 쪽이든 원하는 소리가 나오도록 힘을 아주 정확하게 나눠 써야 한다. 다른 것은 다루는 방법과 기술뿐이라고 했다.
1976년 여름의 슐체
이 말을 할 무렵 슐체는 빅 무그를 들인 지 반년쯤 됐다고 스스로 말했다. 이 기계를 제대로 알려면 10년은 더 걸릴 것 같다고도 했다. Moondawn 리뷰에 적었듯 그 무그는 1975년 12월 22일 포폴 부의 플로리안 프리케에게서 사들인 것이다. 슐체는 지금 세상에 정말 큰 신시사이저를 치는 사람이 열 명쯤 있고, 모두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로스코프를 부른 까닭도 이 인터뷰에 있다. 질문자는 신시사이저 연주자에게도 결국 다른 음악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 아니냐고 물었다. 슐체의 답은 둘이었다. 시퀀서로 짠 리듬은 빠르게도 느리게도 돌릴 수 있지만 끝까지 기계로 남는다. 좋은 드러머는 그 리듬을 살아 있게 바꾼다. 둘째 이유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때까지 무대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신시사이저와의 대화뿐이었고, 거기서 그는 묻는 사람이자 답하는 사람이었다. 그로스코프와는 음악으로 대화가 오간다는 것이다.
격차도 하나 있다. 슐체는 신시사이저가 아주 개인적인 악기라면서, 자기는 관악기를 싫어해 트럼펫 소리는 절대 찾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인터뷰 앞쪽에서 그는 무대 장비를 하나씩 소개하며 관악 소리를 내는 건반 Crumar Brassman 도 한 대 있다고 말했다.
50년 뒤에 읽으면
50년이 지나 이 대목을 다시 읽으면 남는 것은 슐체가 기댄 자리다. 나무 대신 구리이고, 활 대신 건반일 뿐, 소리를 여는 손은 같다는 것. 이 말을 들고 판으로 돌아가면 듣는 곳이 달라진다.
- Moondawn 의 첫 곡 「Floating」 에서 그로스코프의 드럼이 들어오는 순간을 기다린다. 슐체가 말한 대화가 시작되는 자리다.
- Timewind 를 이어서 튼다. 슐체는 이 인터뷰에서 프리셋 건반과 신시사이저를 한데 묶는 방법의 좋은 예로 Timewind 를 꼽았다. 드러머가 오기 전, 묻는 사람과 답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던 때의 소리다.
어디서 구하나
두 판 모두 재발매 CD 와 LP 로 구할 수 있다. 판 고르는 이야기는 Moondawn 리뷰와 Timewind 리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