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6년 9월 15일 오후 5시, 파리. 장 미셸 자르가 화가 미셸 그랑제를 만나 수채화 한 장을 음반 표지로 고쳐 달라고 했다. 그 그림의 제목이 음반의 제목이 됐다.
- 9일 뒤인 9월 24일, 반젤리스가 RCA 에서 Albedo 0.39 를 냈다. 제목은 지구가 받은 빛을 되돌려 보내는 비율이다.
- 같은 달 탠저린 드림과 클라우스 슐체는 조용했다. 앞뒤 달에는 일이 몰려 있다.
- 두 음반 모두 한가운데에 지구가 있다. 이 글 끝에 그 달을 귀로 확인할 두 곡을 붙였다.
1976년 9월 15일 오후 5시, 파리. 미셸 그랑제가 약속 장소에 나갔다. 기다리던 사람은 스물여덟 살의 작곡가였다. 이름은 장 미셸 자르, 아직 이름난 판이 하나도 없다. 자르가 들고 온 부탁은 하나였다. 그랑제가 그린 30×40센티미터짜리 수채화를 음반 재킷의 정사각형에 맞게 다시 그려 달라는 것이다. 날짜와 시각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는다면, 그랑제는 수첩에 적혀 있다고 답한다.
- 무엇
- 50년 전 이달, 1976년 9월에 다섯 사람 주변에서 있었던 일
- 9월 15일
- 파리. 자르가 그랑제를 만나 수채화 「Oxygène」을 표지로 쓰기로 했다
- 9월 24일
- 반젤리스 Albedo 0.39 발매, RCA RS 1080(영국)
- 이달 내내
- 자르가 파리의 아파트 부엌에서 Oxygène 를 녹음 중이었다(8월~11월)
- 앞뒤 달
- 탠저린 드림 Stratosfear 는 8월 녹음, 10월 발매. 슐체는 10월 5일 베를린 무대
수첩에 적힌 약속

그림은 먼저 있었다. 그랑제는 갈라진 지구 껍질 속에서 해골이 드러나는 그림을 그렸고, 그의 말로는 1972년 만화 잡지 『필로트』 에 실었다. 1976년에는 파리 보나파르트 거리의 마르케 화랑에 걸렸다. 그 그림이 자르의 손에 들어간 경위는 자료마다 다르다. 영문 위키백과는 자르가 화랑에 들러 직접 샀다고 적고, 그랑제는 2016년 인터뷰에서 배우 샬럿 램플링이 사서 자르에게 선물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2018년 『가디언』 인터뷰에서는 그랑제도 자르가 샀다고 말했다. 그린 사람의 기억도 둘로 갈린다.
확실한 것은 순서다. 음반에 그림이 붙은 것이 아니다. 그림에서 음반 이름이 나왔다. 자르는 그림 제목이 곡들의 분위기에 꼭 맞는다고 봤다. 그래서 그해 가을 부엌에서 짓던 여섯 부분짜리 곡에 「Oxygène」, 산소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 부엌 이야기는 Oxygène 리뷰에 적었다. 9월 15일 무렵 그 방에서는 녹음이 한창이었다. 리듬머신 버튼 두 개에 테이프를 붙여 박자를 만들던 때다. 음악은 아직 절반쯤이었는데, 음반의 얼굴과 이름은 이날 먼저 정해졌다. 석 달 뒤 12월에 판이 나온다.
9일 뒤, 런던에서 나온 지구

9월 24일, 영문 위키백과가 적은 이 판의 발매일이다. 발매일을 날까지 적은 자료는 그것 하나뿐이다. 다만 10월 9일 영국 앨범 차트에 30위로 들어온 기록이 있어 9월 말 발매와 앞뒤가 맞는다. 판은 최고 18위까지 올라 6주를 머물렀다. 반젤리스 음반이 영국 20위 안에 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런던의 네모 스튜디오에서 반젤리스가 모든 악기를 혼자 연주해 만든 판이다. 드럼까지 직접 쳤다. 제목은 LP 뒷면에 풀어 놓았다. 행성이 받은 빛 가운데 되돌려 보내는 비율, 지구는 39퍼센트다. 마지막 곡에서 한 남자가 지구의 질량과 한 해의 길이를 읽어 내려가고, 맨 끝에 그 숫자를 말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Albedo 0.39 리뷰에 있다.
같은 달 파리와 런던에서 두 사람이 따로 지구를 붙들었다. 자르의 지구는 껍질이 벗겨져 해골이 보이고, 반젤리스의 지구는 숫자 하나로 남았다. 한쪽은 그림으로, 한쪽은 숫자로 같은 행성을 들고 나왔다.
조용했던 사람들
탠저린 드림의 1976년은 9월만 비어 있다. 8월에 베를린에서 Stratosfear 를 녹음했고, 판은 10월에 나왔다. 공연 기록은 6월 27일 베를린 필하모니 다음이 10월 20일 하노버다. 그 사이 7월부터 9월까지는 무대 기록이 없다. 새 판을 손에 쥐고 가을 순회를 기다리던 석 달이다.
클라우스 슐체도 비슷하다. Moondawn 은 4월 16일에 이미 나왔고, 스토무 야마시타와 함께한 Go 의 파리 공연은 6월 12일이었다. 다음 무대는 10월 5일 베를린 국립미술관의 메타 무지크 페스티벌이다. 9월의 기록은 찾지 못했다. 찾지 못한 것은 적지 않는다.
그래서 50년 전 이달은 두 장면이 전부다. 파리의 약속 한 번, 런던의 발매 한 번.
이렇게 들어라: 그 달을 귀로 확인하는 두 곡
- "Oxygène (Part IV)". 그해 가을 부엌에서 지은 여섯 부분 가운데 하나다. 테이프로 눌러 둔 리듬머신 버튼 두 개가 박자를 맡는다. 1분쯤 지나면 발이 먼저 박자를 찾는다.
- "Albedo 0.39". 판의 마지막 4분 20초. 화음이 부풀었다 가라앉는 사이로 숫자를 읽는 목소리가 지나간다. 끝의 0.39 에서 귀를 멈춘다.
- 두 곡을 이어서, 방의 불을 끄고 듣는다. 앞 곡은 발을, 뒤 곡은 숨을 붙든다.
어디서 구하나
두 판 모두 지금도 CD 와 LP 로 구할 수 있다. 판본 이야기는 각 리뷰에 적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