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84년 11월 디스크 드레퓌스에서 나온 장 미셸 자르의 음반이다. 일곱 곡, 37분 58초.
- 25개 언어로 녹음한 말과 노래를 잘게 잘라 악기로 썼다. 자르는 낱말을 뜻보다 소리를 보고 골랐다.
- 프랑스의 자기 스튜디오에서 뼈대를 짓고 뉴욕 클린턴 스튜디오에서 에이드리언 블루, 마커스 밀러, 요기 호턴과 녹음했다. 로리 앤더슨이 「Diva」 에서 노래했다.
- 영국 차트에서는 47위에 그쳤고, 이듬해 봄 프랑스 음악상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에서 올해의 연주 음반상을 받았다.
신시사이저로 일하는 것은 아주 외로운 일이라고 자르는 말했다. 벙커에 혼자 틀어박힌 화가처럼 해야 한다고. 1985년 2월 영국 잡지 『Electronics & Music Maker』 와 한 인터뷰에서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람을 불렀다고 했다. 연주자들을 불렀고, 그보다 훨씬 많은 목소리를 불러들였다. 아프가니스탄, 발리, 티베트, 케추아, 수. 음반 속지에는 스물다섯 개 언어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말들이 무슨 뜻인지는 고르는 기준에 들지 않았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자르가 걸어온 길은 「장 미셸 자르, 어디서 시작할까」에 적었다. 가이드에서는 이 판을 네 번째로 꼽았다. 처음에 들으면 달아나게 되고, 끝내 안 들으면 그를 쇼맨으로만 기억하게 되는 판이다.
3년 전 Les Chants Magnétiques에서 자르는 페어라이트 CMI 를 썼다. 바깥 소리를 녹음해 건반으로 되불러 내는 기계다. 그 판에서는 샘플러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 가는 중이었다. 이 판에서는 샘플러에 사람의 목소리를 통째로 맡겼다. 속지의 장비 목록 맨 앞에 페어라이트가 있고, 그 옆에 이뮬레이터가 있다. 자르는 1985년 3월 『Electronic Soundmaker & Computer Music』 과 한 인터뷰에서 이뮬레이터 1을 쓴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소리가 썩 좋지는 않은데, 실수가 많아서 좋다고. 악기의 약점을 엉뚱하게 쓰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목소리는 두 갈래에서 왔다. 자르가 여행하며 직접 녹음한 것이 있고, 프랑스 민족학자 그자비에 벨랑제가 모아 온 방대한 테이프가 있었다. 둘이 함께 들으며 자르가 낱말을 골랐다. 기준은 소리의 결과 음악성이었다. 뜻은 따지지 않았다. 같은 인터뷰에서 자르는 민속 악기를 록 악기 옆에 나란히 세우는 유행이 어색하게 들린다고 했다. 그보다는 여러 언어의 낱말이나 낱말 조각을 가져다 그것으로 곡을 짓는 편이 훨씬 흥미롭다고 했다. 리듬 트랙 가운데 몇은 샘플로 딴 낱말만으로 짠 것이다.
- 발매
- 1984년 11월, 디스크 드레퓌스 FDM 18118 (프랑스 LP). 영국은 폴리도르 POLH 15
- 녹음
- 자르의 프랑스 스튜디오, 뉴욕 클린턴 스튜디오
- 믹스
- 데이비드 로드. 타이틀곡만 르네 아믈랭. 크루아시 스튜디오
- 녹음 엔지니어
- 대니얼 라저러스
- 제작·작곡
- 장 미셸 자르
- 연주
- 에이드리언 블루(기타), 마커스 밀러(베이스), 요기 호턴(드럼), 로리 앤더슨(「Diva」 노래), 아이라 시걸(기타), 프레데리크 루소(건반)
- 자료 조사
- 그자비에 벨랑제(민족학자)
- 차트
- 영국 47위 (1984년 11월 25일 자)
- 길이
- 일곱 곡, 37분 58초
트랙리스트
| A1 | Ethnicolor | 11:41 |
| A2 | Diva | 7:33 |
| B1 | Zoolook | 3:50 |
| B2 | Wooloomooloo | 3:20 |
| B3 | Zoolookologie | 4:20 |
| B4 | Blah-Blah Cafe | 3:22 |
| B5 | Ethnicolor II | 3:52 |
앞면은 두 곡이 통째로 쓰고, 뒷면에 짧은 곡 다섯이 들어간다. 곡은 모두 자르가 썼다. 길이는 Discogs 에 올라 있는 프랑스 초판 LP 목록을 따랐다.
속지에 적힌 스물다섯 언어
초판 속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음반에서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는 말과 노래를 녹음한 것에서 만들었다. 이어서 언어 이름이 나온다. 속지의 순서대로 옮기면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아프간, 아랍, 발리, 부디(Buhndi), 차드, 중국, 영어, 에스키모, 프랑스, 가봉, 독일, 헝가리, 인도, 일본, 마다가스카르, 말레이, 피그미, 케추아, 러시아, 수, 스페인, 스웨덴, 티베트, 터키. 나라 이름과 민족 이름, 언어 이름이 한 줄에 뒤섞여 있다. 목록 끝에는 그 녹음들을 여러 전자 장치로 편집하고 바꿨다는 한 줄이 붙는다.
자르는 『Electronic Soundmaker』 인터뷰에서 음반 이름이 어디서 왔는지도 밝혔다. 중국, 아프리카, 미국, 독일의 텔레비전에서 목소리를 훔쳐 와 한데 섞었더니 일종의 인간 동물원이 됐다는 것이다. 동물원(zoo)과 보다(look)를 붙이면 Zoolook 이 된다.
뉴욕의 연주자들
뼈대는 프랑스의 자기 스튜디오에서 지었다. 그다음 뉴욕 클린턴 스튜디오로 가서 연주자들과 녹음하고, 프랑스로 돌아와 마지막 덧입히기를 했다. 연주자를 고른 기준을 자르는 이렇게 설명했다. 세션 연주를 잘하는 사람보다 자기 분야의 가장자리에서 일하는 사람. 마커스 밀러는 록이든 재즈든 브레이크댄스든 다 칠 수 있는 베이시스트였다. 에이드리언 블루는 평범한 기타 소리가 어땠는지 잊어버린 지 오래인 사람이었다. 요기 호턴은 토킹 헤즈와도 일한 드러머였다.
로리 앤더슨은 일본 순회공연에서 녹음해 온 일본어 낱말을 가져왔고, 자르는 그것을 다른 소리와 섞었다. 그리고 앤더슨에게 부탁했다. 다른 별의 외계인이 쓴 노래처럼 불러 달라고. 뜻을 모르는 채 그 밑의 감정만 노래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노래가 「Diva」 에 들어 있다.
믹스는 런던 트라이던트에서 데이비드 로드와 시작했다. 로드는 피터 게이브리얼의 앨범을 공동 제작하며 페어라이트 소리를 다뤄 본 사람이다. 자르는 그 믹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로드를 데리고 프랑스로 돌아가 자기 스튜디오에서 마무리했다. 타이틀곡 하나만 르네 아믈랭이 믹스했다.
"Zoolook" 따라가며
가이드는 이 판을 들을 때 타이틀곡부터 틀라고 했다. 3분 50초, 뒷면 첫 곡이다. 여기서는 목소리가 목소리이기를 그만두고 악기가 되는 자리를 찾는다. 자르는 이 판에서 목소리를 다른 악기처럼 썼고, 리듬 트랙 가운데 몇은 샘플로 딴 낱말로 짰다고 했다. 가사는 없다. 알아듣는 말이 하나도 없는데도 몸은 박자를 따라간다면, 자르가 노린 것이 바로 그 자리다.
나머지 곡
「Ethnicolor」 는 11분 41초, 앞면의 절반을 넘게 차지하는 판의 첫 곡이다. 가이드는 타이틀곡 다음으로 이 곡을 들으라고 했다. 뒷면 끝의 「Ethnicolor II」 가 이 곡을 한 번 더 부르며 판을 닫는다.
「Diva」 는 7분 33초. 로리 앤더슨의 외계인 노래가 들어 있는 곡이다.
뒷면 가운데 세 곡은 모두 3분에서 4분 남짓이다. 「Zoolookologie」 는 1985년에 리믹스 싱글로 다시 나왔다. 「Wooloomooloo」 는 1984년 「Zoolook」 싱글의 뒷면에 실렸다.
이렇게 들어라
- 타이틀곡부터. 그다음 앞면으로 돌아가 「Ethnicolor」 를 끝까지 듣는다.
- 헤드폰으로, 소리를 조금 키워서.
- 무슨 말인지 알아들으려 애쓰지 않는다. 자르도 그렇게 고르지 않았다.
- Les Chants Magnétiques의 「Part 2」 를 먼저 한 번 듣는다. 3년 사이 샘플러의 쓰임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들린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판은 1984년 11월 18일 자 영국 차트에 57위로 들어와 한 주 뒤 47위까지 올랐다. 1981년 판이 영국 6위까지 갔던 것과 견주면 낮은 자리다. 평은 갈렸다. 『NME』 의 레이철 와일드는 1984년 12월 1일 자에 이 판을 두고 데이비드 보위의 Scary Monsters 와 과속한 크라프트베르크를 붙여 놓은 것 같다고 썼다. 올뮤직의 존 부시는 뒷날, 자르 혼자 만든 곡들이 대개 가장 좋다고 적었다.
프랑스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1985년 4월 빅투아르 드 라 뮈지크에서 올해의 연주 음반상을 받았다.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는 뒷날 『델리카트슨 사람들』 과 『아멜리에』 를 만드는 장피에르 죄네가 연출했다. 1986년 4월 5일 휴스턴의 야외 공연은 「Ethnicolor」 첫 부분으로 막을 올렸다. 2015년에는 30주년판이 원본 아날로그 테이프에서 새로 마스터링해 나왔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Zoolook」 을 보낸다. 4분이 안 된다고 미리 말해 둔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이 곡에서 들리는 사람의 목소리는 모두 진짜 사람의 말과 노래를 녹음한 것이다. 자르는 그 낱말들을 소리를 보고 골랐다. 스물다섯 언어 가운데 뜻을 알아들어야 할 말은 하나도 없다.
어디서 구하나
1984년 프랑스 드레퓌스 초판 LP 가 이 판의 처음 모습이다. 스물다섯 언어의 목록과 장비 목록이 속지에 그대로 있다. CD 로는 2015년 30주년판이 원본 아날로그 테이프에서 새로 마스터링한 판이다. 불을 끄고 뒷면 첫 곡에 바늘을 내린다.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이 하나씩 박자가 되어 방 안을 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