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동굴 입구 앞에 사람들이 쌓아 올린 돌탑이 늘어서 있다. 위로 금줄이 걸려 있다Photo: Takasunrise0921 (일본어 위키백과 사용자, 자작) · Wikimedia Commons · CC BY 2.5 (GFDL·CC BY-SA 3.0 과 다중 라이선스 중 선택)
Album · No. 28

Kojiki

1990년, Silver Cloud 에서 악기 열여섯 가지를 혼자 치던 기타로가 조지 루커스의 스튜디오에서 현악 연주자들을 불러들였다. 8세기 신화집 『고사기』를 일곱 곡에 담은 음반.

짧게 말하면

712년, 오노 야스마로라는 관리가 겐메이 천황에게 책 세 권을 바쳤다. 머리말에 경위가 적혀 있다. 앞선 천황이 히에다노 아레라는 사람에게 황실의 계보와 옛이야기를 외우게 했고, 야스마로는 아레가 외운 것을 받아 적었다. 입에서 입으로 건너오던 이야기가 그렇게 글이 됐다. 『고사기』 다. 1,278년 뒤, 그 책의 이름을 제목으로 단 음반이 미국에서 나왔다. 이번에는 이야기를 글자 대신 현악기와 북으로 옮겼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Kojiki 앨범 표지. 누런 종이 위에 먹으로 그린 소용돌이가 있고, 오른쪽 위에 古事記, 왼쪽 아래에 喜多郎 라고 쓰여 있다
Kojiki, 게펜 9 24255-2, 1990년. 여기 실은 것은 리마스터판 표지다. 종이 위에 먹으로 쓴 古事記 와 喜多郎 두 이름이 있다.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기타로가 걸어온 길은 「기타로, 어디서 시작할까」에 적었다. 가이드에서는 이 판을 네 번째로 꼽았다. 관현악을 들을 귀가 먼저 준비되어 있어야 해서다.

7년 전의 Silver Cloud를 떠올리면 이 판이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인다. 그 판 뒷면에는 악기가 열여섯 가지 적혀 있었고, 그 위에 이름은 기타로 하나뿐이었다. 나가노 산골 작업실에서 한 사람이 전부 쳤다. 1986년 기타로는 미국 게펜과 세계 배급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이 판에서는 남의 손을 크게 빌렸다. 녹음은 두 곳에서 했다. 한 곳은 일본에 있는 기타로의 작업실이고, 다른 한 곳은 조지 루커스가 캘리포니아에 세운 스카이워커 사운드다. 믹스도 스카이워커에서 했다.

신시사이저 뒤에 선 것은 스카이워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현악 파트다. 악장 자리에 제러미 코언과 네이선 루빈의 이름이 올라 있다. 음악 인명사전 『Musicians and Composers of the 20th Century』(Salem Press, 2009)는 이 판에 34인조 현악 합주와 일본 북 다이코 여덟 대가 들어갔다고 적는다. 혼자 쌓던 사람이 이번에는 서른 명 넘는 연주자에게 악보를 건넸다.

발매
1990년 3월 16일, 게펜 9 24255-2 (미국 CD)
녹음
기타로의 작업실(일본), 스카이워커 사운드(캘리포니아)
믹스
스카이워커 사운드, 톰 플라이
마스터링
조지 마리노, 스털링 사운드
현악
스카이워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 제러미 코언, 네이선 루빈
제작·작곡·편곡
기타로
차트
빌보드 200 159위, 빌보드 뉴에이지 앨범 1위
곡 수
일곱 곡, 약 46분

트랙리스트

1 Hajimari · 太始 3:33
2 Sozo · 創造 5:35
3 Koi · 恋慕 6:30
4 Orochi · 大蛇 7:07
5 Nageki · 嘆 5:45
6 Matsuri · 饗宴 9:00
7 Reimei · 黎明 8:37

곡은 모두 기타로가 쓰고 편곡했다. 길이는 Discogs 에 올라 있는 게펜 원반 목록을 따랐다. 위키백과 영어판 목록은 첫 두 곡의 길이가 서로 뒤바뀌어 있다. 한자 제목은 일본 공식 사이트의 음반 목록에서 가져왔다. 여섯째 곡이 흥미롭다. 로마자로는 축제를 뜻하는 "Matsuri" 인데, 한자로는 잔치를 뜻하는 饗宴 이다.

제목을 따라 읽는 신화

제목 일곱 개를 차례로 읽으면 『고사기』 첫 권의 줄거리가 비친다. 시작(太始)과 창조(創造)로 문을 연다. 신화에서는 하늘과 땅이 갈라지고, 남녀 두 신 이자나기와 이자나미가 떠다니던 땅을 굳혀 섬들을 낳는다. 셋째 곡의 恋慕 는 그리워한다는 말이다. 이자나기는 죽은 아내를 찾아 저승까지 내려간다.

넷째 곡 "Orochi" 는 대사(大蛇), 큰 뱀이다. 『고사기』 에는 머리와 꼬리가 여덟 개씩 달린 뱀 야마타노오로치가 나온다. 폭풍의 신 스사노오가 이 뱀을 베어 처녀 구시나다히메를 구하고, 뱀의 꼬리에서 칼 한 자루를 얻는다.

"Matsuri" 와 "Reimei" 는 신화의 다른 대목과 겹쳐 읽힌다. 스사노오가 난동을 부리자 해의 여신 아마테라스가 하늘의 바위굴에 숨고, 세상에서 빛이 사라진다. 남은 신들은 굴 앞에서 잔치를 연다. 여신 아메노우즈메가 춤을 추고 신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궁금해진 아마테라스가 굴 밖을 내다본다. 빛이 돌아온다. 잔치 뒤에 새벽(黎明)이 온다. 기타로가 곡마다 어느 대목을 그렸다고 밝힌 자료는 찾지 못했다. 다만 饗宴 과 黎明 을 나란히 놓은 순서는 이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

"Matsuri" 따라가며

9분짜리 여섯째 곡이 이 판의 한복판이다. 가이드에서도 이 판을 들을 때 이 곡부터 틀라고 했고, 1985년 이후 기타로가 쓴 곡 가운데 최고라고 적었다. 축제의 북소리와 선율, 그리고 신시사이저 솔로가 한 곡 안에 다 들어 있다. 여기서는 북과 현이 자리를 주고받는 대목에 귀를 둔다. 북이 앞에 나서면 가슴이 먼저 뛰고, 현이 올라오면 숨이 길어진다. 신시사이저 솔로는 지금 들어도 1974년 무렵의 소리처럼 들린다. 34인조 현악과 다이코 여덟 대를 거느리고도 기타로는 베를린에서 배운 손버릇을 놓지 않았다.

나머지 곡

"Hajimari" 는 3분 30초 남짓으로 판에서 가장 짧다. 시작이라는 제목 그대로 앨범의 문을 연다. 이어지는 "Sozo" 에서 창조가 시작된다.

"Koi" 와 "Nageki" 는 그리움과 탄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Orochi" 는 7분이 넘고, 그 앞뒤에 이 두 곡이 선다. 뱀과 싸우는 대목이 그리움과 탄식 사이에 끼어 있는 셈이다. 세 곡은 이어서 듣는다. 현악과 신시사이저가 무게를 어떻게 나누는지에 귀를 둔다.

"Reimei" 는 8분 30초가 넘는 마지막 곡이다. 새벽이라는 제목을 달고 잔치 다음에 온다. 앨범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이렇게 들어라

그다음에 일어난 일

판은 빌보드 200 에서 159위까지 올랐고, 빌보드 뉴에이지 앨범 차트에서는 1위를 했다. 일본 공식 사이트의 약력은 이 1위가 8주 연속이었고, 일본 음악가로는 처음이었다고 적는다. 같은 해 기타로는 미국 콜로라도로 옮겨 살기 시작했다.

이어진 세계 순회공연에서 이 음반은 무대의 중심이 됐다. 1991년에 그 공연을 담은 음반 Live in America 와 영상 『Kojiki: A Story in Concert』 가 나왔다. 2015년에는 발매 25주년을 맞아 도모 레코드가 원본 테이프에서 새로 리마스터한 판을 냈다. 1990년 순회공연 실황 55분이 영상으로 함께 들었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Matsuri" 를 보낸다. 9분짜리라고 미리 말해 둔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이 곡의 로마자 제목은 축제지만 한자 제목은 잔치(饗宴)다. 『고사기』 에서 숨어 버린 해를 다시 불러낸 것이 신들의 잔치였다. 그 잔치 다음 곡의 제목이 새벽이다.

어디서 구하나

1990년 게펜 원반 CD 가 이 판의 처음 모습이다. 같은 해 유럽에서는 LP 로도 나왔다. 가장 쉽게 권할 판은 2015년 도모의 25주년 판이다(기타로 공식 Bandcamp에도 있다). 원본 테이프에서 새로 다듬었고, 1990년 순회공연 영상이 덤으로 들었다. 불을 끄고 "Hajimari" 부터 튼다. 46분 뒤 "Reimei" 가 끝날 무렵이면, 창밖보다 방 안에 먼저 새벽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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