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말하면
- 1973년 10월 Ohr 에서 나온 클라우스 슐체의 두 번째 솔로 음반이다. LP 두 장짜리로 나왔다.
- 슐체가 처음으로 신시사이저를 쓴 판이다. EMS VCS 3 한 대와 손본 파르피사 오르간으로 만들었다.
- 현악과 플루트를 맡은 연주자가 마흔아홉 명이었다. 악보는 슐체가 직접 썼다.
- 2006년 재발매 전까지 나온 CD 는 두 곡의 자리가 서로 바뀐 채 찍혀 있었다.
1973년, 레이블 하나가 두 번째 음반을 내는 스물다섯 살짜리에게 LP 두 장을 내줬다. 첫 음반은 신시사이저 없이 만든 판이었고 팔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Ohr 는 넉 장 분량의 면을 내줬다. 슐체는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베를린에서 녹음했다. 손에 든 것은 손본 파르피사 오르간 한 대, 그리고 그가 처음 만져 본 신시사이저 한 대였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Irrlicht」에는 신시사이저가 없었다. 슐체는 대학 오케스트라를 녹음한 테이프와 망가진 앰프로 그 판을 만들었다. 1년 뒤의 이 판에서 달라진 것은 기계 한 대다. EMS VCS 3 이 들어왔다. 독일어 위키백과는 이 판을 슐체의 음악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적는다. 앞으로 그의 삼십 년을 끌고 갈 악기가 여기서 처음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재발매 소개 글을 쓴 평자도 같은 자리를 짚었다. 장비는 여전히 단출했고 건반 작업은 거의 다 손본 오르간이 맡았지만, 슐체의 녹음에 신시사이저가 처음 나타난 것이 이 판이라고 적었다.
가이드는 이 판을 다섯 장에 넣지 않았다. 시퀀서가 들어오기 전의 긴 드론이라 처음 듣는 사람에게 권하기 어렵다. 다만 슐체가 어디서 무엇을 쥐었는지 보려면 이 판을 건너뛸 수 없다.
혼자 만든 판은 아니다. 독일 잡지 『제로』 는 1974년 여름호에서 이 판의 편성을 적었다. 첼로 12, 콘트라베이스 3, 바이올린 30, 플루트 4. 오케스트라를 위한 악장은 슐체가 썼고, 고전 형식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그 글은 덧붙였다. 연주자들은 대개 한 음을 길게 끌고, 그 음이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바뀌는 동안 전자음이 그 위에 얹힌다. 같은 글은 이 음악을 아주 느리게 흐르는 강에 빗댔다. 물결이 소용돌이치며 서로 겹치고 넘어지고 다시 풀어진다는 것이다.
- 발매
- 1973년 10월, Ohr · Kosmische Musik (서독, LP 두 장)
- 녹음
- 1973년 2월~7월, 베를린
- 연주
- 클라우스 슐체(파르피사 오르간, EMS VCS 3, 퍼커션), Colloquium Musica Orchestra
- 편성
- 바이올린 30, 첼로 12, 콘트라베이스 3, 플루트 4 (『제로』 1974년 여름호)
- 제작
- 클라우스 슐체, 클라우스 D. 뮐러
- 표지
- 마르셀 퓌제르, 페터 가이트너 (1975년 Brain 재발매는 우르스 아만의 그림)
트랙리스트
| 1 | Synphära | 22:49 |
| 2 | Conphära | 25:52 |
| 3 | Chromengel | 23:49 |
| 4 | Neuronengesang | 24:57 |
| 5 | But Beautiful (2006년 재발매 보너스) | 50:45 |
길이는 공식 디스코그래피의 표기다. 독일어 위키백과는 22분 48초, 25분 51초, 24분 43초, 50분 55초로 몇 초씩 다르게 적는다. 원래 LP 두 장에서는 네 곡이 한 면씩 차지했다. 「But Beautiful」 은 2006년 재발매에 붙은 보너스로, 1977년 10월 17일 브뤼셀 성 미카엘 대성당에서 한 공연의 앞부분이다. 그 공연의 나머지는 Historic Edition 박스에 들어 있다.
네 곡 따라가며
- 「Synphära」. 오르간이 중심에 서고 슐체가 그 위에서 즉흥으로 간다. 전자음은 둘레에서 짧게 지저귈 뿐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장비가 단출한 판인데도 첫 소리가 두껍게 들어온다. 그 두께가 어디서 오는지 찾으며 듣는다.
- 「Conphära」. 오케스트라를 녹음한 테이프를 잘라 붙인 자리가 여기다. 전자음의 맥박과 드론 사이로 그 조각들이 끼어드는데, 멜로트론처럼 들린다. 멜로트론은 없었다. 테이프를 자른 손이 그 소리를 만들었다.
- 「Chromengel」. 잔향을 머금은 현악 위로 높은 전자음이 올라간다. 앞의 12분은 밝아지지 않는다. 18분께에 그때까지 없던 소리가 나온다. 오르간도 현악도 아닌 신시사이저 혼자의 소리다. 그 자리를 기다리며 듣는다.
- 「Neuronengesang」. 뒷장의 한 면을 다 쓴다. 제목은 신경의 노래라는 뜻이다. 소리를 줄이고 방에 깔아 둔 채, 긴 음이 부풀고 가라앉는 속도에 숨을 맞춘다.
이렇게 들어라
- 한 곡씩 끊지 않고 듣는다. 네 곡 모두 23분에서 26분 사이다.
- 밤에, 소리를 줄여 듣는다. 크게 틀면 오르간의 거친 가장자리가 먼저 들리고 나머지가 묻힌다.
- 두 번째로 들을 때는 현악을 찾는다. 마흔아홉 명이 거기 있었다는 것을 알고 들으면 드론 속에서 활이 움직이는 자리가 들린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
평은 갈렸다. 프랑스 잡지 『베스트』 는 1974년 5월에 이 판을 걸작이라고 썼다. 음악사에 날짜를 남길 음반이고, 록 세대에서 천재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음악가라는 문장까지 갔다. 스페인 잡지 『비브라시오네스』 는 1975년 6월에 같은 판을 두고 Irrlicht 를 넘지 못한다고 적었다. 두 글 사이에 열세 달이 있다.
슐체 자신은 다른 것이 거슬렸다. 2006년 재발매 소책자에 그가 직접 쓴 서문이 실렸는데, 당시 자기 음악에 붙던 코스믹이라는 딱지를 싫어했다고 거기 적었다. 그 말은 음반을 팔기 위해 필요했던 말이기도 했다.
1975년에 Brain 이 이 판을 다시 냈다. 표지는 우르스 아만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Irrlicht 의 Brain 재발매 표지를 그린 사람과 같다. 2006년 Revisited Records 가 다시 냈을 때는 슐체 음반 가운데 열아홉 번째 재발매였고, 16쪽짜리 소책자와 「But Beautiful」 이 붙었다.
그리고 바로잡힌 것이 하나 있다. 2006년 전까지 나온 CD 는 「Synphära」 와 「Chromengel」 의 자리가 서로 바뀐 채 찍혀 있었다. 겉포장의 곡 순서는 내내 옳았다. 바뀐 것은 음반 쪽이었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Chromengel」 을 보낸다. 23분 49초.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2006년 전에 CD 로 이 음반을 산 사람들은 이 곡을 첫 곡 자리에서 들었다. 상자에 적힌 순서는 처음부터 맞았는데, 그 안에 든 음반이 달랐다.
어디서 구하나
이 음반은 LP 두 장이 기본이다. 1973년 Ohr 초판은 붉은 소용돌이 앞에 슐체가 선 사진이고, 1975년 Brain 재발매부터 우르스 아만의 그림이 표지에 들어갔다. 「But Beautiful」 과 소책자가 필요하면 2006년 Revisited 판을 고른다. 불을 끄고 첫 면을 건다. 오르간 한 대가 방을 채우는 데 1분이 걸리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