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진열장 안의 EMS Synthi VCS 3 신시사이저. 열어 둔 윗판에 손잡이가 줄지어 있고 아랫판 왼쪽에 색색의 핀을 꽂는 격자판이 있다Photo: Steffen 962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Album · No. 77

Cyborg: 클라우스 슐체가 처음 신시사이저를 쓴 음반, 1973년

두 번째 음반을 내는 신인에게 레이블이 LP 두 장을 내줬다. 슐체는 거기에 오르간과 빌린 신시사이저 한 대, 그리고 쉰 명 가까운 연주자의 긴 음을 담았다.

짧게 말하면

1973년, 레이블 하나가 두 번째 음반을 내는 스물다섯 살짜리에게 LP 두 장을 내줬다. 첫 음반은 신시사이저 없이 만든 판이었고 팔리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Ohr 는 넉 장 분량의 면을 내줬다. 슐체는 그해 2월부터 7월까지 베를린에서 녹음했다. 손에 든 것은 손본 파르피사 오르간 한 대, 그리고 그가 처음 만져 본 신시사이저 한 대였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Cyborg 1973년 Ohr 초판 표지. 붉고 검은 무늬가 소용돌이치는 배경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슐체가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Cyborg, 1973년 10월 Ohr 초판. 표지는 마르셀 퓌제르와 페터 가이트너의 포토몽타주다.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Irrlicht」에는 신시사이저가 없었다. 슐체는 대학 오케스트라를 녹음한 테이프와 망가진 앰프로 그 판을 만들었다. 1년 뒤의 이 판에서 달라진 것은 기계 한 대다. EMS VCS 3 이 들어왔다. 독일어 위키백과는 이 판을 슐체의 음악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적는다. 앞으로 그의 삼십 년을 끌고 갈 악기가 여기서 처음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재발매 소개 글을 쓴 평자도 같은 자리를 짚었다. 장비는 여전히 단출했고 건반 작업은 거의 다 손본 오르간이 맡았지만, 슐체의 녹음에 신시사이저가 처음 나타난 것이 이 판이라고 적었다.

가이드는 이 판을 다섯 장에 넣지 않았다. 시퀀서가 들어오기 전의 긴 드론이라 처음 듣는 사람에게 권하기 어렵다. 다만 슐체가 어디서 무엇을 쥐었는지 보려면 이 판을 건너뛸 수 없다.

혼자 만든 판은 아니다. 독일 잡지 『제로』 는 1974년 여름호에서 이 판의 편성을 적었다. 첼로 12, 콘트라베이스 3, 바이올린 30, 플루트 4. 오케스트라를 위한 악장은 슐체가 썼고, 고전 형식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그 글은 덧붙였다. 연주자들은 대개 한 음을 길게 끌고, 그 음이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천천히 바뀌는 동안 전자음이 그 위에 얹힌다. 같은 글은 이 음악을 아주 느리게 흐르는 강에 빗댔다. 물결이 소용돌이치며 서로 겹치고 넘어지고 다시 풀어진다는 것이다.

발매
1973년 10월, Ohr · Kosmische Musik (서독, LP 두 장)
녹음
1973년 2월~7월, 베를린
연주
클라우스 슐체(파르피사 오르간, EMS VCS 3, 퍼커션), Colloquium Musica Orchestra
편성
바이올린 30, 첼로 12, 콘트라베이스 3, 플루트 4 (『제로』 1974년 여름호)
제작
클라우스 슐체, 클라우스 D. 뮐러
표지
마르셀 퓌제르, 페터 가이트너 (1975년 Brain 재발매는 우르스 아만의 그림)

트랙리스트

1 Synphära 22:49
2 Conphära 25:52
3 Chromengel 23:49
4 Neuronengesang 24:57
5 But Beautiful (2006년 재발매 보너스) 50:45

길이는 공식 디스코그래피의 표기다. 독일어 위키백과는 22분 48초, 25분 51초, 24분 43초, 50분 55초로 몇 초씩 다르게 적는다. 원래 LP 두 장에서는 네 곡이 한 면씩 차지했다. 「But Beautiful」 은 2006년 재발매에 붙은 보너스로, 1977년 10월 17일 브뤼셀 성 미카엘 대성당에서 한 공연의 앞부분이다. 그 공연의 나머지는 Historic Edition 박스에 들어 있다.

네 곡 따라가며

이렇게 들어라

그다음에 일어난 일

평은 갈렸다. 프랑스 잡지 『베스트』 는 1974년 5월에 이 판을 걸작이라고 썼다. 음악사에 날짜를 남길 음반이고, 록 세대에서 천재라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음악가라는 문장까지 갔다. 스페인 잡지 『비브라시오네스』 는 1975년 6월에 같은 판을 두고 Irrlicht 를 넘지 못한다고 적었다. 두 글 사이에 열세 달이 있다.

슐체 자신은 다른 것이 거슬렸다. 2006년 재발매 소책자에 그가 직접 쓴 서문이 실렸는데, 당시 자기 음악에 붙던 코스믹이라는 딱지를 싫어했다고 거기 적었다. 그 말은 음반을 팔기 위해 필요했던 말이기도 했다.

1975년에 Brain 이 이 판을 다시 냈다. 표지는 우르스 아만의 그림으로 바뀌었다. Irrlicht 의 Brain 재발매 표지를 그린 사람과 같다. 2006년 Revisited Records 가 다시 냈을 때는 슐체 음반 가운데 열아홉 번째 재발매였고, 16쪽짜리 소책자와 「But Beautiful」 이 붙었다.

그리고 바로잡힌 것이 하나 있다. 2006년 전까지 나온 CD 는 「Synphära」 와 「Chromengel」 의 자리가 서로 바뀐 채 찍혀 있었다. 겉포장의 곡 순서는 내내 옳았다. 바뀐 것은 음반 쪽이었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Chromengel」 을 보낸다. 23분 49초.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2006년 전에 CD 로 이 음반을 산 사람들은 이 곡을 첫 곡 자리에서 들었다. 상자에 적힌 순서는 처음부터 맞았는데, 그 안에 든 음반이 달랐다.

어디서 구하나

이 음반은 LP 두 장이 기본이다. 1973년 Ohr 초판은 붉은 소용돌이 앞에 슐체가 선 사진이고, 1975년 Brain 재발매부터 우르스 아만의 그림이 표지에 들어갔다. 「But Beautiful」 과 소책자가 필요하면 2006년 Revisited 판을 고른다. 불을 끄고 첫 면을 건다. 오르간 한 대가 방을 채우는 데 1분이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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