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놓인 1977년형 야마하 CS-80. 건반 위로 색색의 스위치와 레버가 두 줄로 늘어서 있다Photo: Pete Brown from Gambrills, MD, USA · Wikimedia Commons · CC BY 2.0
Album · No. 42

Blade Runner: 12년 늦게 나온 반젤리스의 사운드트랙

1982년 영화는 끝 자막에서 사운드트랙을 약속했다. 반젤리스가 런던에서 녹음한 그 음악은 1994년 6월에야 음반이 됐다.

짧게 말하면

1982년 여름 극장에서 『블레이드 러너』 를 끝까지 본 사람은 마지막 자막에서 약속 하나를 읽었다. 폴리도르에서 사운드트랙 음반이 나온다는 것이다. 위키백과가 인용하는 폴 새먼의 책 『Future Noir』 가 이 대목을 적어 두었다. 그 음반은 나오지 않았다.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나오지 않았다. 12년이 지나서야 나왔다.

이 음반의 음악사적 위치

Blade Runner 사운드트랙 음반 표지. 총을 든 남자와 담배를 든 여자를 그린 영화 포스터 그림 아래에 붉은 글씨로 Blade Runner, 흰 글씨로 Vangelis 라고 적혀 있다
Blade Runner, 1994년. 영화가 나오고 12년 뒤에 나온 공식 사운드트랙이다. Low-resolution scan for identification.

반젤리스의 다섯 장은 「반젤리스, 어디서 시작할까」에 적었다. 가이드는 이 판을 다섯 번째, 마지막 자리에 두었다. 앞의 네 장이 여기 다 녹아 있어서다. Spiral 에서 처음 들인 야마하 CS-80 이 이 음반의 한가운데에 선다. 위키백과는 이 영화음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신시사이저로 CS-80 을 꼽는다.

녹음은 런던 네모 스튜디오에서 했다. Heaven and Hell 을 녹음한 그 방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반젤리스는 화면을 틀어 놓고 그림에 맞춰 즉흥으로 연주했다. 녹음 기간은 1981년 12월부터 1982년 4월까지로 적혀 있다.

영화는 1982년 6월 25일 미국 극장 1,290곳에서 개봉했다. 반젤리스의 음악은 영국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 음악상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음반 가게에는 반젤리스가 녹음한 음악이 없었다.

왜 12년이 걸렸나

반젤리스 자신은 1993년 잡지 『Replay』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런지는 자기도 잘 모르지만 계약 문제가 있어 사운드트랙 음반을 낼 수 없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분명히 자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자료마다 사연을 다르게 적는다. 위키백과의 반젤리스 항목은 반대로, 반젤리스가 발매를 허락하지 않았다고 쓴다. 여기서는 본인의 말을 따른다.

그 빈자리에 1982년 음반 한 장이 들어왔다. 뉴 아메리칸 오케스트라의 Blade Runner 다. 워너 브라더스 계열의 풀 문 레이블에서 나왔고, 잭 엘리엇이 제작했다. 영화 음악의 주제를 관현악과 재즈풍으로 다시 연주한 판이었다. 같은 인터뷰에서 반젤리스는 이 판을 두고 원래 녹음이 아니라고 짚었다.

진짜 소리는 다른 길로 돌았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982년에 이미 스튜디오 테이프가 SF 대회에 나돌았고, 1993년에는 Off World Music 이라는 부틀렉 CD 가 2,000장 한정으로 나왔다. 공식으로 처음 나온 것은 1989년 모음집 Themes 였다. 「Love Theme」 과 「End Titles」 가 거기 실렸다.

1994년 판 해설에서 반젤리스는 이렇게 적었다. 이 음반에 담긴 음악 대부분은 1982년 런던에서 녹음한 것이고, 그때는 낼 수 없었는데 이제 내게 되어 무척 기쁘다. 해설 끝에는 1994년 4월 아테네라고 적혀 있다.

발매
1994년 6월 6일, East West 4509-96574-2 (유럽 CD). 미국은 1994년 6월 21일 애틀랜틱 82623-2
녹음
런던 네모 스튜디오, 1981년 12월 ~ 1982년 4월
작곡·편곡·제작
반젤리스
참여
메리 홉킨(「Rachel's Song」), 딕 모리시(「Love Theme」 색소폰), 돈 퍼시벌(「One More Kiss, Dear」), 데미스 루소스(「Tales of the Future」)
영화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1982년 6월 25일 미국 개봉
길이
열두 곡, 57분 남짓
차트
영국 20위

트랙리스트

1 Main Titles 3:42
2 Blush Response 5:47
3 Wait for Me 5:27
4 Rachel's Song 4:46
5 Love Theme 4:56
6 One More Kiss, Dear 3:58
7 Blade Runner Blues 8:53
8 Memories of Green 5:05
9 Tales of the Future 4:46
10 Damask Rose 2:32
11 Blade Runner (End Titles) 4:40
12 Tears in Rain 3:00

길이는 Discogs 의 1994년 판 표기를 따랐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1번부터 4번까지는 끊기지 않고 한 덩어리로 이어지고, 5번부터 7번까지는 곡 사이에 틈이 있고, 8번부터 12번까지는 다시 한 덩어리다. 「Main Titles」, 「Blush Response」, 「Wait for Me」, 「Tears in Rain」 에는 영화 대사가 섞여 있다.

열두 곡 따라가며

가이드는 「Blade Runner Blues」 를 틀고 「Tears in Rain」 으로 넘어가라고 했다. 여기서는 처음부터 간다.

첫 덩어리는 「Main Titles」 에서 열린다. 대사가 지나가고, 곡이 끊기지 않고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영화를 본 적 없는 사람도 네 곡을 지나는 동안 어느 도시의 밤 한복판에 서게 된다. 숨을 한 번 낮춘다.

가운데 세 곡은 따로 선다. 「Love Theme」 에서는 딕 모리시의 색소폰이 느리게 선율을 끈다. 「One More Kiss, Dear」 는 돈 퍼시벌이 부르는 노래다. 가사는 피터 스켈런이 썼다. 「Blade Runner Blues」 는 9분 가까이 CS-80 하나가 천천히 숨 쉬는 곡이다. 가이드가 빗속에 CS-80 하나만 남아 있다고 한 곡이 이것이다.

마지막 덩어리는 「Memories of Green」 에서 시작해 「Tears in Rain」 에서 닫힌다. 「Memories of Green」 은 1980년 음반 See You Later 에 먼저 실렸던 곡이다. 「Tales of the Future」 에서는 데미스 루소스가 노래한다. 끝 곡은 3분, 대사와 함께 음반이 내려앉는다.

이렇게 들어라

그다음에 일어난 일

음반은 영국 차트 20위까지 올랐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영국에서 2000년에 골드 인증을 받았다.

모두가 반긴 것은 아니다. 영화음악 비평 사이트 Filmtracks 는 대사가 음반 곳곳에 박혀 있다고 불평했다. 위키백과는 이 판이 영화에 나온 음악의 상당 부분을 빼고 영화에 없던 곡을 넣었다고 적는다. 반젤리스 팬 사이트 Elsewhere 는 다시 엮고 대사를 섞은 공식판보다 부틀렉을 더 좋아하는 팬들이 있다고 전한다.

2007년 12월에는 영화 25주년에 맞춰 세 장짜리 Blade Runner Trilogy 가 나왔다. 1994년 판에 미발표 음악 한 장과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 만든 음악 한 장을 더한 구성이다. 위키백과는 그래도 영화에서 들리는 음악 가운데 빠진 것이 있다고 적는다.

친구에게 보낼 한 곡

「Blade Runner Blues」 를 보낸다. 8분 53초.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이 음악은 1982년 런던에서 녹음됐다. 극장 자막은 사운드트랙 음반을 약속했지만, 반젤리스가 녹음한 그대로의 음반은 1994년에야 나왔다. 그 사이 12년 동안 사람들은 관현악으로 다시 연주한 판과 부틀렉으로 이 음악을 들었다.

어디서 구하나

1994년 East West 4509-96574-2 유럽 CD 가 이 음반의 처음 모습이다. 미국판은 애틀랜틱에서 나왔다. 2007년 세 장짜리 판에는 미발표 음악이 더 들어 있다. 불을 끄고 첫 곡을 튼다. 대사가 지나가고 나면 방 안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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